푸틴 정적 쓰러뜨린 독극물, 이번에도 노비촉

2020-09-03 10:03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쓰러뜨린 독극물은 노비촉이라고 독일 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즉각 러시아의 해명을 요구했다.

과거 구소련군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은 생화학무기 중 가장 강력한 독극물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신경작용제와 마찬가지로 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를 차단해 신체 기능을 붕괴시키는 작용을 한다.

다른 화학무기보다 더 강한 독성을 갖도록 설계돼 30초에서 2분 만에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영국에서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부녀의 독살 시도에 이용됐던 독극물이기도 하다. 당시 영국 정부는 러시아 군사정보 당국이 이들 부녀의 공격 배후에 있다고 결론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나발니는 지난달 러시아에서 독극물 중독 증상으로 중태에 빠진 뒤 독일로 이송됐다. 독일이 조사와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 여전히 의식불명이다.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일 나발니가 독살 시도를 당한 것이 명백해졌다며 러시아에 해명을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제 오직 러시아 정부만이 대답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및 유럽연합(EU) 파트너들과 조사 결과를 공유한 뒤 러시아의 대응에 따라 공동의 적절한 대응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 공격 배후설을 적극 부인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팩트는 어디 있는가, 일말의 정보라도 있는가"라며 독일이 나발니를 중태에 빠뜨린 독극물이 노비촉이라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상을 호소한 뒤 중태에 빠졌다. 나발니 측은 나발니가 톰스크 공항에서 따뜻한 홍차를 마셨을 때 독극물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 야권운동의 '원톱'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러시아에서 반부패 운동을 이끌어왔다. 푸틴이 지난 6월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연 데 대해서도 쿠데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BBC의 모스크바 특파원 파라 레인스포드는 나발니의 이런 행적은 반부패 조사 대상이 된 주요 인물들에서 푸틴에 이르기까지 많은 적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명백한 독살 시도에 따른 그의 중태는 중요한 국제적인 스캔들로 번지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