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영화제, 코로나19 속 오프라인 개막…달라진 풍경들

2020-09-02 19:15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개막하는 세계적 규모 영화제[사진=베니스 영화제 제공]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에서 개막한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세계적 규모의 영화제라 영화계 안팎으로 이목이 쏠렸다.

사실 영화제 개최에 앞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 "이 시국에 영화제 개최냐", "타격을 입은 영화계를 응원해야 한다"는 등 엇갈린 의견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영화제 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 규모를 축소하고 철저히 방역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영화제 측의 말처럼 올해는 초청작이 대폭 줄어 50개국 7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코로나19로 영화제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레드카펫 주위에는 2m 높이의 간이 벽이 설치됐고, 배우들을 비롯한 입장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측정한 뒤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평소였다면 팬들의 환호성과 카메라 플래시로 번쩍거렸겠지만, 이날은 입장객도 막고 모든 행사를 SNS 채널로 중계돼 적막하기만 했다. 상영관도 마찬가지였다. 객석 간 거리두기로 친근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어느 때보다도 적막하고 긴장감마저 돌았다.

앞서 말했듯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적 규모의 국제 영화제가 열린 건 처음이다. 칸 국제영화제도 마지막까지 개막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조심스레 영화제가 개최된 만큼 영화인들도 힘을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 개막식에는 티에라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 맷 딜런 등이 참석한다.

특히 베니스국제영화제에는 한국 영화제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이다. 한국 장편 영화가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2016년 김지운 감독의 '밀정'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밀정'도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됐다.

'신세계' 'VIP' '마녀'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박훈정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이기영, 박호산 등이 출연했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낙원의 밤'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나온 가장 뛰어난 갱스터 영화 중 하나다. 박훈정 감독은 정형화되지 않은 복합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각본 집필 능력과 더불어 인상적이고 거장다운 연출력으로 전폭적인 관심을 받을 만한 작가다. 분명히 그의 이름은 앞으로 더욱 많이 알려질 것이다"라고 초청 이유를 밝힌 바 있다.

4년 만에 베니스영화제행이지만 '낙원의 밤' 박훈정 감독을 비롯해 배우진들은 코로나19 우려로 현지 행사에 불참한다.

올해 황금사자상을 두고 경쟁하는 영화는 총 18편. 중국 출신 할리우드 감독 클로이 자오의 '노마드랜드'를 비롯해 여성 감독 작품이 8편이네 노미네이트 됐다. 작년 21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여성 감독의 영화가 단 2편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라고 보인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은 경쟁 부문 라인업에 관해 "진보에 대한 긍정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개막작은 이탈리아 감독 다니엘레 루체티의 '더 타이즈'가 선정됐다.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편 베니스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