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人사이드] ①"빌과 잡스의 사랑과 전쟁"...애증의 말말말
2020-08-31 06:00
1955년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30년 애증관계
'출생·성격·스타일'까지 전혀 달랐던 잡스와 게이츠
'출생·성격·스타일'까지 전혀 달랐던 잡스와 게이츠
"그와 나는 어떤 의미에서 함께 자랐다. 우리는 동갑내기이며 순진하게도 낙관적이었고 커다란 회사를 세웠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제품과 새로운 것에 대한 모든 환상을 모두 이뤄냈다. 그리고 대부분을 라이벌 관계에서 만들어 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상대방이 아플 때에도 어떤 존경심을 가지고 소통해 왔다"(2013년 5월, 빌 게이츠가 스티브 잡스를 회상하며 했던 말)
최근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지난 2011년 타계한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 창업자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이에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로 정보기술(IT) 업계 주도권을 놓고 30년이나 다퉜던 과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빌 게이츠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의 팟캐스트에서 "잡스는 천재였고 나는 그를 많이 질투했다"면서 "잡스는 사람들에게 뭔가 엄청난 동기를 부여하는 대단한 마법사였다면 나는 소소한 마법사였다"고 털어놨다. 이날은 애플이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한 날이었다.
그는 이어 "잡스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진 '천재'였고, 나도 그를 따라하고 싶었다"면서 "잡스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사람들이 그의 주문을 따르는 것을 봐왔다"면서 "나는 그를 너무나 질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게이츠는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높게 평가하면서 "나는 연설을 잘하기 위해 힘들여 노력해야 했지만 잡스는 항상 자연스러웠다"면서 "내가 잡스처럼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능력이 있었다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가난 퇴치·질병 예방 연구 등 국제 사업에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2011년 잡스의 타계 이후 게이츠는 그를 그리워하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같은 해 10월5일 게이츠는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와 함께 일했던 것은 미치도록 훌륭하게 명예스러운 일(insanely great honor)이었다"면서 잡스의 표현인 '미치도록 훌륭한'이란 표현을 빌어 그를 추모했다.
그러나 1955년생 동갑내기인 게이츠와 잡스는 젊은 시절 70년대 후반부터 30년 넘게 애증관계를 이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잡스는 캘리포니아 노동자 집안에서 자랐으며 모든 제품에 대해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닫힌 생태계를 창조했으며, 디자인을 통해 제품에 프리미엄을 불어넣었다. 반면, 워싱턴주 상류층에서 자란 게이츠는 개방형 생태계를 믿었고 디자인은 중시하지 않았다.
출생부터 스타일까지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게이츠는 잡스에 대해 "기본적으로 괴짜"라며 "인간으로서는 괴상하게 흠집난 친구"라고 평가했고, 잡스는 게이츠를 "마약을 한 번 해보거나 어렸을 때 히피촌에 갔더라면 좀 더 생각이 넓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산업에 있어서도 게이츠는 "잡스는 정말 IT에 대해 모른다"면서 "대신 그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채는 놀라운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잡스는 "빌은 기본적으로 상상력이 없고 아무것도 발명한 적이 없다"면서 "그래서 그가 그가 이제는 IT보다 자선사업을 더 편안하게 여길 것"이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서로의 태도에 대해 애플 매킨토시 개발팀의 일원이었던 앤디 허츠펠드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서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자신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스티브는 취향과 스타일 때문에 일반적으로 빌을 자신보다 약간 떨어지는 사람처럼 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빌은 프로그래밍을 못한다는 점 때문에 스티브를 무시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