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코로나19 이후 영화들은 어디로 가나
2020-08-28 00:00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관객 수는 지난해보다 70.3%(7690만명) 줄어 3241만명, 매출액은 작년 대비 70.6%(6569억 원) 감소해 2738억원으로 나타났다. 관객수·매출액 모두 2005년 이후 최저 기록이다.
상황은 계속 나빠졌다. 6월 이후 활기를 찾는가 싶더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돼 극장 내 찬 바람이 불었다. 극장들은 상영관 내 좌석 재조정하고 정부 지침에 따라 방역에 힘썼지만, 관객은 늘지 않았다. 지난 25일은 일일 관객수는 5만명(전주 12만8000명)대까지 떨어졌다.
규모가 큰 영화들은 개봉을 미루기로 했지만 규모가 작은 영화들은 선택할 여지도 마땅치 않아 결국 개봉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상영관을 잡기도, 개봉을 미루며 생기는 비용들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며 우리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됐고 야외 활동이나 문화생활도 어려워졌다. 확진자 접촉에 대한 공포는 깊어지고 코로나19 종식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예전 같은 일상은 누릴 수 없으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플랫폼에 관한 고민은 있었다. 넷플릭스 등 OTT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메리트는 영화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극장과 해외 영화제는 넷플릭스 제작 영화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했다. 젊은 관객들이 점점 극장을 찾지 않게 될 거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극장은 살아남았다. OTT 플랫폼도 극장을 대체할 순 없었다.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극장은 IMAX, 4DX, 돌비 시네마 등 다양한 포맷으로 진화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속, 영화가 극장과 OTT를 선택하는 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상현)은 지난 3월 개봉을 앞두고, 투자사이자 해외 배급사인 콘텐츠판다와 갈등을 겪었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되자 제작사 리틀빅픽쳐스는 넷플릭스 행을 선택했고 투자사인 콘텐츠 판다는 "이중계약"이라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법원마저도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주며 '사냥의 시간'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기나긴 갈등 끝에 양측은 합의에 성공했고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시네마틱 드라마 'SF8'이 대중과 만났다.
MBC와 한국영화감독조합(DGK), OTT 플랫폼 웨이브, 영화 제작사 수필름이 함께 제작한 'SF8'은 민규동 감독을 비롯해 노덕, 한가람, 이윤정 등 8명의 감독이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게임, 판타지, 호러, 초능력, 재난 등 다양한 소재로 8편의 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영화 제작사와 OTT, 그리고 방송국이 함께 만든 'SF8'은 제작부터 상영까지 화제가 됐다. 해당 작품이 영화냐, 드라마냐 정체성에 대한 논의부터 플랫폼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였다. OTT 웨이브를 통해 1차 공개되고 MBC에서 매주 1편씩 방송하는 파격적인 상영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사냥의 시간'이 우여곡절을 겪은 뒤라 새로운 플랫폼을 모색하고 활로를 찾은 'SF8'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였다.
영화 '여고괴담2'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은 코로나19 후 플랫폼에 관한 고민이 있고 살아남는 방법에 관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민 감독은 "저조차도 OTT를 즐기며 살고 있다. (OTT 등장 후) 영화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코로나19가 그 질문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과 매체 등) 경계가 흐려진다는데 저는 오히려 경계가 분명해졌다고 본다. 앞으로 극장에 가야 할 이유가 선명한 작품만 극장에 남게 될 것이다. 고유의 영화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질문해본다. 어느 때보다 영화적 사고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의 기로 앞에 선 극장과 영화계. 코로나19 종식 후 영화계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생존을 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