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과학 인재 기른다면서...울산과기원, 전문연구요원 채용 취지 훼손

2020-08-25 14:58
감사원,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운영 실태 보고서 공개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과학기술 인재를 기르기 위해 마련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부적정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 울산과학기술원은 전문연구요원 공개채용 제도를 마련하고도 박사 학위과정 수료자를 석사 전문연구요원 자리에 비공개로 채용하는 등 제도 도입 취지와 채용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25일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운영 실태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번 감사는 한국·광주·대구경북·울산 등 4개 지역의 과기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들 4개 과기원은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 국가 정책적 중·장기 연구개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중 울산과기원은 병역의무자 중 자연계(이공계)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석사 이상의 고급 연구인력 부족, 자연계 기피현상에 대응해 우수인력을 유치할 목적으로 이공계 분야 고급인력이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박사요원의 경우 병무청이 과기원의 박사과정에 수학 중인 인원 등을 고려해 과기원에 매년 박사요원 편입인원을 별도로 배정하면, 각 과기원은 자체 기준에 따라 해당 과기원의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한 자 중에서 박사요원을 선발하고 있다.

석사요원은 병무청이 매년 병역지정업체(4개 과기원 소속 부설연구소 포함)를 대상으로 필요인원 조사 등을 거쳐 석사요원 편입인원을 배정하면 병역지정업체는 배정받은 인원 범위 내에서 석사 이상 학위 취득한 자를 석사요원으로 채용한다.

이 같은 전문연구요원은 3년간 해당 전문분야에 복무해야 하는데 박사요원으로 선발되는 경우 연구경력 등의 단절 없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석사요원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실무경력을 쌓을 수 있으며 급여를 받을 수 있어 채용 기대가 높다.
 
이와 관련,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6년 7월 산하 공공기관에 직원을 채용할 때 공개채용하는 것으로 채용 관련 규정을 정비하도록 했다.

이에 울산과기원은 2017년 6월 직원 채용은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채용규정을 제정했다.

그런데 울산과기원은 같은 해 12월 박사학위과정 수료자 9명을 석사요원으로 비공개 채용했다.

이후에도 병무청이 배정하는 박사요원 수가 박사학위과정 수료자(병역의무자) 수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자 박사학위과정 수료자 중 박사요원으로 선발되지 못하는 나머지 인원은 소속 부설연구소에 석사요원으로 비공개 채용하기로 계획하고 2018년 43명과 2019년 45명을 비공개로 채용하는 등 채용규정 제정 이후 총 97명을 비공개로 채용했다.

또한 석사요원 채용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수강 등을 전제로 하지 않고 수탁연구사업 등을 위해 근로자(연구원)로 채용하는 것인데도 비공개로 채용한 석사요원(박사학위과정 수료자)을 부설연구소의 연구원 신분으로 둔 채 대학원 연구과정에 등록하고 주간 수업에 참석하도록 했다. 더불어 지도교수의 논문지도를 받도록 했으며 박사요원과 비슷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사실상 박사요원과 동일하게 운용했다.

이에 울산과기원이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도입 취지와 채용의 공정성 등을 훼손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울산과기원 총장에게 앞으로 석사 전문연구요원을 채용할 때 공개채용 원칙에 따라 정한 채용 관련 규정의 절차와 방법을 준수해 채용하도록 하는 등 채용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통보했다.

동시에 박사학위과정 전문연구요원과 석사 전문연구요원을 구분해 운영하는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게 석사 전문연구요원을 박사학위과정 전문연구요원으로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