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방자치단체와 소송을 벌이느라 바람 잘 날 없던 맥쿼리인프라가 처음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 합성어)' 감독이사를 뽑았다.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민간사업자로 참여하는 맥쿼리인프라는 주무관청을 꾸준히 상대해야 하고, 결과에 따라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는 7월 말 김대기 현 한화생명 고문을 신규 감독이사로 선임했다.

김대기 감독이사는 과거 보수·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관료로 일한 바 있다. 그는 행시(22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계청장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수석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과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을 지냈다.

맥쿼리인프라는 이번 인사로 감독이사를 모두 3명으로 늘렸다. 감독이사는 일반 상장법인으로 치면 사외이사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은 감독이사에 대해 전문성·독립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정우영·김화진 감독이사 2명은 관료 출신이 아니다. 정우영 감독이사는 현재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김화진 감독이사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 사외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김대기 감독이사를 영입하기 전까지 줄기차게 정부·지자체와 법적분쟁을 벌여왔다. 회사는 올해 6월까지 4년에 걸쳐 백양터널 주무관청인 부산시와 미지급 재정지원금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이보다 앞서 국토교통부와도 인천대교를 두고 법정에서 다투었다. 맥쿼리인프라는 얼마 전 두 소송에서 모두 이겨 불확실성을 줄였다.

다만,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이달 들어 투자설명서를 정정하면서 "주무관청이 민간투자법에 따른 제한적인 감독·명령 권한을 폭넓게 행사하고 있다"며 "개정 유료도로법이 주무관청 권한을 강화한 면이 있다"고 했다.

새 유료도로법이 맥쿼리인프라와 같은 민간사업자에 실시협약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서다. 주무관청은 보조금이나 재정지원금 전액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맥쿼리인프라는 13개 투자법인을 통해 주무관청과 실시협약을 맺고 민간투자사업 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실시협약을 중도해지하면 해지 시 지급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투자자산 가치를 온전히 지키기에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