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오크 같은X", "틀딱" 계속되는 고객 비하 논란
2020-08-24 11:32
CGV "오타쿠들 징그러워요", 이마트 "미친 오크 같은 X", 에어부산 "(아줌마들) All same 빠마 fit", 벤츠코리아 "2억 4000만 원인데 살 수 있겠어요?"
CGV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오타쿠'라고 비하하는 육성이 전 상영관에 울려 퍼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서비스 직군의 고객 비하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CGV 왕십리점에서 한 아르바이트생이 일본 애니메이션 '뱅드림 라이브 뷰잉' 상영을 준비하던 중 대기하던 관객들을 겨냥해 "오타쿠들 엄청 징그럽다. 막 수영복 입고 뭐 그런 거 보고 있고 막 와 소리치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상영관 전체에 방송됐다. 아르바이트생이 마이크가 켜진 사실을 모르고 관객들에 대한 비하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이다.
논란을 접한 누리꾼들은 "만화 모으는 나도 오타쿠인가", "연예인 굿즈 수집하는 사람들도 오타쿠라고 해봐라"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누리꾼은 오타쿠가 여성을 성(性) 상품화한 몇몇 사례를 소개하며 "서비스직의 마인드도 문제지만,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충분히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긴 했다"며 해당 비하 발언을 한 아르바이트생을 비호하는 의견을 냈다.
2018년 에어부산 승무원들은 기내에 착석해 있는 단체 손님의 뒷모습 사진을 찍어 똑같은 파마머리를 했다고 비웃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다른 승무원들도 "룩스 라이크 브로콜리 밭", "중국 노선이냐. 모두 아줌마"라는 등 승객을 희화화하는 댓글을 달아 논란이 커졌다.
지난해 9월에는 전국 이마트 가전 판매점인 일렉트로마트 매니저가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여성 고객을 비하하는 내용을 공유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여성 고객들에게 '돼지 같은 X', '미친 오크 같은 X' 등의 욕설을 했고, 노인 고객들에게는 '틀딱(틀니를 한 노인을 비하하는 말) 놀이터'라는 비하 발언도 했다.
벤츠에서는 승객을 인격 모독하는 일도 일어났다. 뉴시스는 지난 5월 경북 포항시 벤츠 포항전시장에서 판매 직원이 시승 서비스를 문의한 손님에게 "2억 4000만 원인데 살 수 있겠냐"고 불쾌감을 준 사연을 보도했다. 벤츠 측은 전달 과정에서 왜곡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태국 온라인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지난 8월 남부 송클라주 소재 한 식당 직원이 SNS에 손님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 직원은 식사 중인 여성 고객의 사진을 찍어 "이 사진은 내 아내를 탄탄하고 날씬하게 보이도록 하네요"라고 외모를 비하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오클라호마주 키퍼의 한 스타벅스에서는 경찰관의 외모를 돼지라고 비하하는 일이 있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스타벅스 직원은 경찰이 주문한 커피 라벨에 PIG라고 적어 건넸다. 키퍼의 조니 오마라 경찰국장까지 나서 문제를 지적하자 스타벅스 측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돼지라는 글자를 적은 직원을 조사 중"이라고 사과했다.
같은 달 해외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 '커피 수프림'에서는 고객의 어린 자녀를 '끔찍하다'고 비하하는 일이 발생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호주 야후 뉴스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킴벌리 씨는 자신의 2살 딸 미카와 함께 해당 카페를 방문했다가 점원이 테이블 영수증에 '끔찍한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Fam w the terrifying kid)'이라는 말을 적을 것을 발견했다는 사연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가게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인터넷상에서는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서비스직의 업무환경을 이해하지만 고객에게 분풀이가 전가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의 잘못이 전체 서비스직군를 압박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