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달러 비관론?…"구조적 약세 한동안 이어질 것"

2020-08-24 16:07
美 코로나19 확산과 낮은 금리·재정적자 등 원인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달러 약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로금리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달러의 반등은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CNBC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달러지수는 지난주 27개월 내 최저인 92.477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때 달러로 자금이 많이 몰렸지만, 연준이 초유의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면서 달러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쇼위츠는 "적어도 향후 2년간은 유로존과 일본 경제 대비 미국 경제가 더 많이 성장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여기에 유럽연합(EU)의 7500억 유로 규모의 회복 기금이 유로를 대안 투자처로써 투자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 차가 줄어든 것도 달러 가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달러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기업인 골드만삭스는 미국 달러는 여전히 내림세를 보이며, 구조적 달러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달러는 여전히 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실질 금리는 오랜 기간 동안 마이너스로 머물 수 있는 만큼 통화가 단기간 내 강세로 접어들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가에 따라 유로 등 기타 통화 가치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동안 외환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는 최근 경제 재개를 시작한 유럽에서 다시 퍼지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이탈리아 등지에서 코로나19 2차 확산이 가속할 경우 달러는 한동안 반등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침체를 벗어나는 단계로 갈 경우에도 시장의 위기감은 줄면서 달러 약세는 이어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타면서 달러 약세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월 들어서 다소 진정세를 보인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서 확진자 수는 다시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간 미국 성장에 대한 비관론은 다소 수그러들 수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를 따라잡을 경우 달러 가격 상승은 이어질 수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미국 기업들의 법인세를 인상하면서, 달러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슈티튜트 역시 달러화 약세가 단기적으로 지속할 것이라며 최근 달러화 약세를 일으킨 요인들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블랙록은 "달러의 안전자산 유지도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달러는 향후 장기간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나스 골터만은 "달러화가 몰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팬데믹 속에서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달러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은 달러의 지위를 공고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유럽의 본토벨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벤 슈베르트 투자 전략가도 앞으로 수십 년 내 위안화나 유로화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베르트는 "미국 금융시장이 깊이는 대체 불가능하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외화보유액을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길 원하며 전 세계 주요 원자재와 대다수 글로벌 무역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