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음 타겟은 중국산 드론?...DJI 지고 미국·프랑스 뜨나

2020-08-21 18:53
美국방부 "보안 위협 없는 드론만 구매"...18개월 조사 후 美·佛 5개 社로 제한
"진짜 목적은 DJI, 유력한 화웨이 다음 타겟"...3년 넘게 보안문제 걸고 넘어져

최근 드론 기기의 보안 위험성을 조사한 결과보고서를 낸 미국 국방부가 미국과 프랑스 업체를 중심으로 드론 기기의 입찰 자격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미국 정부의 중국산 드론 구매를 가로막고 나섰다. 이에 대해 사실상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이자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는 DJI(다쟝·大疆)를 겨냥한 조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가 고조하면서 앞서 미·중 무역분쟁 당시에도 유력한 제재 대상으로 꼽혔던 DJI의 위기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보안 안전성 갖춘 드론만 구매"...18개월 조사 끝에 美·佛 5개 업체로 제한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방부가 향후 군사시설과 연방기관에서 사용할 드론 기기의 입찰 자격을 미국 드론 제조업체 4곳과 프랑스 기업 1곳에 제한해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로 프랑스계 업체인 패럿과 △스카이디오 △밴티지 로보틱스 △알타이언 △틸 드론스 등 미국 업체 4곳이 입찰 자격을 얻었고, 미국 국방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이들 업체의 소형 드론을 구매할 방침이다.

이날 발표는 앞서 미국 국방부의 국방 혁신팀이 2018년 11월부터 18개월 동안 1800만 달러를 투입해 드론 기기의 보안 위협 대응 방안을 조사하고 인증 절차를 마련한 결과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미국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돼 해당 조사를 주도한 마이클 크라시오스 미국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매우 중요한 시기에 전투기로도 활용될 드론 제품에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안보상의 우려도 없어야 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국방부를 넘어 다른 연방기관에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군사·보안시설 경계 감시 작전과 함대 확장 등에 소형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작년 국방부 예산의 2억8000만 달러(약 3328억원)가량을 소형 드론 구매에 배정하기도 했다. 이는 약 3000대의 소형 드론을 구입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지난 2017년부터 중국을 비롯한 외국산 드론의 보안 문제가 거론되면서 미국 육군은 이듬해인 2018년부터 보안 위협 대응방안이 나올 때까지 중국산 드론의 구매를 잠정 금지했다.

작년 미국 의회는 군과 정부기관의 중국산 드론과 버스, 열차 등의 구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담은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킨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해당 법안을 승인하지 않은 채 남겨두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작년 법안 통과 이후 현재까지 모든 소형드론 구매를 중지한 상태다.
 

미국 국방부의 보안 안전성 심의를 통과한 5개사 드론 제품.[자료=미국 국방부]

 
"美 드론 조치 진짜 목적은 中 DJI"...3년 넘게 보안 문제 걸고 넘어져

이와 같은 조치는 사실상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로 자리잡은 중국의 DJI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3월 미국 IT기술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미국 국방부 국방 혁신팀의 조사 결과보고서 초안을 보도하며 "미국 정부가 자국 제작 드론의 사용을 장려하고 특히 DJI를 비롯해 중국에서 만든 드론 기술을 단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군당국과 정치권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DJI에 대한 보안 문제를 제기해왔다.

2017년 미국 육군과 국토안보부는 DJI가 드론을 통해 미국 내 중요 기반시설이나 법 집행 정보를 중국 정부에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해 DJI는 본사가 위치한 중국 광둥성 선전시를 비롯한 신장지역 등의 중국 공안 당국에 드론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올해 1월에는 미국 내무부가 중국산 드론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위험이 크다는 조사 결론을 내면서 미국 정부는 1000대에 가까운 민간 드론의 사용을 임시 중단했고 영구적인 중단 명령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술기업 때리기가 본격화하던 지난달에는 프랑스와 미국의 보안연구업체인 사이낵티브와 그림이 보고서를 내고 DJI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용 모바일앱에 보안 취약점이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DJI가 드론 운영에 불필요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해당 데이터가 중국 당국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3년 넘게 이어져온 미국 정부의 견제는 DJI의 드론 시장 독주에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기준 15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에서 DJI는 7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기업 가치 역시 1600억 위안(약 28조원)에 이른다. 특히 미국 드론 시장에서도 DJI의 점유율은 2019년 기준 76.8%에 달하고, 미국산 드론 제품이 DJI와의 기술 차이를 따라잡으려면 몇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어 미국 정부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당시에도 미국 정부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뒤를 이어 DJI 제재를 검토했던 터라,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 강도가 강해질수록 DJI도 위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향후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화웨이의 수순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로 틱톡과 위챗뿐 아니라 △DJI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이 설립한 보안검색장비 업체 뉴텍 △CCTV 제조업체 하이크 비전 등을 꼽기도 했다.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DJI 판매점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