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발기금이 왜] ② "웨이브·넷플릭스 등 OTT도 내야한다?"

2020-08-20 08:02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대표 사업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종편 등 방송 사업자로부터 징수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에게도 부과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은 당시 "원칙적으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방발기금 징수 불평등은 해소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방송 미디어 규제 방향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로 가야 하기 때문에 방발기금 징수 역시 유사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OTT도 그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방송·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재원 구조 수립과 관련한 논의가 요구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지상파 방송사 지원의 일환으로 CJ ENM 등 콘텐츠 사업자에도 방발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부가통신사업자에 기간통신사업자 대상의 기금 부과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방통위원장이 공식적으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 사례를 보면, 프랑스는 지난 2017년 OTT에 해당하는 영상물 공유 및 게재 사이트 수익의 2%를 걷어 국립영상센터의 영상 창작 지원금으로 활용하도록 세제를 개편했다.

최근에는 OTT 사업자의 수익이 자국 미디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 중이다. 넷플릭스 등 해외 OTT가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최소 25%를 프랑스 콘텐츠 제작에 의무적으로 투자할 것을 법제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합의한 ‘시청각 미디어에 관한 지침’에 따라 새로운 방송법에 OTT를 확장된 방송 개념으로서 포함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미국도 이미 2013년에 OTT가 다채널방송사업자(MVPD)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방송 콘텐츠 전송 플랫폼으로 분류했다"며 "이후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어느 OTT가 시장에 들어와도 규제를 준수하도록 시스템화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유튜브세(稅)를 포함한 디지털세의 해외 동향 및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연구과제에는 방발기금 법정 분담금 제도를 개편해 OTT 사업자를 부과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구체화한 내용은 없다. 또 OTT는 공공재인 주파수와 채널을 사용하지 않는데 방발기금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부과한다면 국내외 구분 없이 적용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 발표 이후 해외 진출 OTT 플랫폼 만들기를 추진 중인데 방발기금 부과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내 OTT 사업자들과 만나 정부 정책 지원 활성화 및 OTT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 OTT 활성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내에도 OTT 정책을 총괄하는 OTT 정책협력팀이 만들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