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외교관 성추행에 "친한 남자끼리 배·엉덩이 툭툭 치지 않나"
2020-08-19 11:27
'그냥 같은 남자끼리 배도 툭툭, 엉덩이도 툭툭 치는 사이'
뉴질랜드 근무 당시 현지인 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외교관이 필리핀서 귀국한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현지인 직원은) 40대 초반에 180cm, 덩치가 저만한 남성 직원”이라며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하고 친한 사이였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날 오전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번치고 그랬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면서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인 곳”이라고 밝혔다.
해당 외교관에 대한 기존 징계 처분(감봉 1개월) 및 향후 뉴질랜드 송환 계획에 대해선 “경고 처분을 받았고 감봉처분을 했는데 이후 상황을 다시 체크해보겠다”며 “(뉴질랜드 송환은) 오버라고 보인다”고 했다.
송 의원의 발언을 두고 가해자의 방어 논리에 치우쳐 그릇된 성 관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동성 간 밀접한 접촉도 중대 범죄로 인식되는 영미권 국가의 법과 규범은 고려하지 않은 채 외교관의 행위를 억지로 우리나라의 상식에 껴맞추려 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뉴질랜드를 비롯해 영미권 국가들은 사회 규범상 남자들 간에 밀접한 접촉을 매우 부적절하게 생각한다”면서 “그 나라의 법이나 규범상에는 틀림없이 추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행 부분에 대해 외교관이 일종의 방어 논리를 펴는 건 외교관 직분을 고려했을 때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감봉 1개월 처분도 턱도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선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는 일종의 가해자의 처사를 방송에서 재생산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면서 “그걸 우리가 설득력 있다고 받아들여 줘야 하는 건가.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해당 외교관은 현지 남성 직원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당시 한국 대사관의 자체 조사를 거쳐 구두 경고가 내려졌다. 이후 본부 차원의 현지 감사를 통해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후 지난해 필리핀으로 발령이 내려졌다.
뉴질랜드 사법 당국은 지난 2월 해당 외교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우리나라 정부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이달 초 현지방송 인터뷰에서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