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전당대회] "트럼프 재선에 '지구'가 위험" 첫날부터 강공세 vs 다급한 '총력 방어'

2020-08-18 18:42
전대 첫 날, 버니 샌더스·미셸 오바마 앞서 '反 트럼프' 단합 호소
다급한 트럼프, 관례도 깨뜨리며 유세 행보...공화당 내부 이탈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지구의 미래가 위험합니다. 이번 선거는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입니다. 나의 친구들이여, 실패의 대가는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미국 민주당이 오는 11월3일 대선 레이스의 막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 자리에 모이지 못 했어도 '반(反) 트럼프'의 기치 아래 그 어느 때보다 하나로 뭉치고 있다. 전당대회 첫 날부터 이어진 민주당의 강공세에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도 총력 방어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 중인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사진=유튜브]

 
전대 첫 날, 버니 샌더스·미셸 오바마 앞서 '反 트럼프' 단합 호소
 
1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은 이날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전당대회 일정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민주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당대회를 '온라인 중계' 방식으로 전환했고, 이에 CNN은 "어마어마한 줌 화상회의(Giant Zoom Call)"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나흘간 매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전당대회 행사에는 첫날부터 민주당 거물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샌더스 상원의원과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의 찬조연설은 화제를 일으켰다.
 
이날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라면서 올해 코로나19 사태 대응 실패를 "로마가 불탈 때 네로는 바이올린을 켰고,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고 꼬집었다.
 
뒤이어 "트럼프 행정부 아래 권위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한 그는 "권의주의는 서서히 민주주의와 인류를 파괴한다"면서 과거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암시하며 "탐욕과 독재, 권위주의에 맞서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준비를 마친 이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우리가 직면한 전례없는 일련의 위기에 대응해 이전과는 다른 전례없는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함께 모여 트럼프를 물리치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차기 정권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샌더스의 연설은 4년 전인 2016년 전당대회와 달리 이번에야 말로 그를 따르는 민주당 진보 지지층과 주류 중도층을 반(反)트럼프 진영으로 화끈하게 아우르는 통합과 화합을 상징했다.
 
당시 샌더스는 경선 과정이 부당했다며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을 흔쾌히 지지하지 못했고, 이는 양측의 분열로 이어져 2016년 미국 대선의 주요 패인으로 작용했다.
 
뒤이어 연단에 선 미셸 오바마는 "조 바이든은 신의를 따르는 품위 있는 사람으로, 훌륭한 부통령이었다"면서 "그는 진실을 말하고 과학을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셸은 뒤이어 "세상에 완벽한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이 된다면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드러낸다"면서 "조 역시 완벽하진 않더라도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나라에 기여해온 인물"인 "바이든에게 무시할 수 없는 숫자로 투표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AP는 "미셸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강조하고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인격을 강조해 트럼프와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와 폴리티코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자제해오며 정쟁 무대를 꺼렸던 왔던 미셸은 조목조목 맹공을 쏟아냈다"고 지적하며 이날 미셸이 착용한 'VOTE'(투표)라는 단어가 새겨진 금 목걸이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 중인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사진=유튜브]

 
다급한 트럼프, 관례도 깨뜨리며 유세 행보...공화당 내부 이탈도
한편, 공세의 대상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격전지를 잇따라 돌고 민주당 전당대회 방송이 끝나는 밤 11시에는 맞불 방송을 준비하며 총력방어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장소 중 하나인 위스콘신주도 방문했는데, 이는 상대 당의 행사 장소를 피하는 미국 정치권의 관행을 무시한 일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공격에 할애됐다.
 
그는 "급진좌파 미치광이들을 막아내야 하는 이번 대선은 역대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민주당의 공세를 맞받아쳤고,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해리스 의원에게 '극좌의 꼭두각시', '사회주의의 트로이목마' 같은 거친 표현을 줄지어 쏟아냈다. 중도 성향인 이들 후보에 극좌와 파시스트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이념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그는 또한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지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 조작"이라면서 미국 사회에서 가짜 뉴스로 논란이 되고 있는 우편 투표 조작 주장도 이어 갔다.
 
본격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바이든에 7~9%가량의 "24년만에 가장 큰 격차"로 뒤지고 있어 고심 중이다. 다만, 이날 발표한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의 공동 조사에선 4%p(포인트)로 좁혀져 7개월 만에 가장 가깝게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와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 전 뉴저지 주지사, 멕 휘트먼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 등 공화당 인사들 여럿이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등 공화당 내 지지 이탈세도 거세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권의 관례를 깨고 민주당 전당대회 장소인 위스콘신주에 유세차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