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출가스 조작 폴크스바겐‥ 중고차 차주엔 배상책임 없다"
2020-08-18 11:41
폴크스바겐그룹의 중고차를 사들인 고객들에게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상훈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차주 12명이 폴크스바겐·아우디와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씨 등은 폴크스바겐그룹의 이른바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디젤게이트' 사건은 폴크스바겐그룹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사건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환경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주행시험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환경부 인증시험 등을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수천명의 국내 소비자들은 2015년부터 제조사와 수입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왔다.
이전 소송에서 법원은 대체로 소비자들이 차량 브랜드로부터 오는 만족감에 손상을 입었다고 보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재판부는 제조사와 수입사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통상 신차 소비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작사나 판매사의 광고·브로슈어 등을 중요한 자료로 참고하지만, 중고차 소비자들은 사고 여부·연식·주행거리·디자인 등을 중요한 자료로 삼는다"며 "(친환경성을 내세운)폴크스바겐그룹의 광고가 중고차 소비자까지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중고차의 경우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도 신차보다 떨어지게 마련인데, 소비자들이 매수 과정에서 이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만약 자동차 제작사가 중고차 매수인에게까지 과장 광고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책임 범위가 합리적 근거 없이 확대돼 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