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여야 원내대표…엇갈린 평가

2020-08-14 17:32
'불도저' 김태년, 부동산·공수처 입법 독주하다 지지율 '역풍'
주호영, 리더십 우려 불식시키며 지지율 역전…"일희일비 않겠다"

취임 100일을 맞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불도저처럼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지만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통합당에게 역전당하면서 김 원내대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속절없이 여당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최근 지지율 반전을 이뤄내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3.4%로 내려앉은 반면, 통합당 지지율은 36.5%로 상승했다. 통합당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을 역전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김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수해 복구를 이유로 기자간담회를 다음 주로 잠정 연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유의 '불도저' 리더십에 더해 의석수 절반을 훌쩍 넘긴 176석에 힘입어 개원 직후부터 거침없이 질주했다. 또한 취임 이후 발생한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뚝심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원내대표는 '노른자 상임위원회'를 대폭 내어준 11대 7 합의안마저 통합당이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되자, 김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원장을 여권 단독으로 선출했다. 이어 35조1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도 여당 단독 원 구성 후 초고속 심사를 거쳐 닷새 만에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이후에도 김 원내대표는 176석이라는 숫자에 힘입어 그의 별명처럼 '탱크'처럼 밀어붙였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함께 급락하자 종합부동산세 강화, 임대차 3법 등 '주택시장 안정화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법안을 심사하던 소관 상임위에서 '입법 독주'라고 반발하며 야당 의원들이 퇴장했지만, 민주당은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박지원 국정원장·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도 여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100일을 맞은 김 원내대표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지 못하고 결국 통합당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당에게 등을 돌리는 여론을 막아 세울 묘수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당내에서는 "(야당을) 너무 밀어붙이자 중도층이 떠나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간의 행적을 기록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주 원내대표는 103석으로 쪼그라든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에 올라 100일간 고군분투하다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역전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주 원내대표는 우선 미래한국당과 통합당 간 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을 풀어냈다. 이후 그는 여당과의 원 구성 협상에 돌입하며 "현실적인 의석수를 인정하고 국정에 협조할 것은 과감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176석 숫자로 밀어붙이는 여당에 통합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주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 사수를 공언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원 구성 이후 그는 여당의 상임위원회 독주를 향해 '독재 프레임'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별 소득 없이 민주당의 3차 추경, 부동산·공수처 후속 법안 처리에 끌려다니는 모습만 보였다.

아울러 대여 공세를 펼 기회가 몇 차례 생겼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 과정에 안건조정위원회 신청이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등의 저항도 시도하지 않으면서 '무기력한 야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첫 대정부질문에서도 '검언유착'과 부동산 파동을 고리로 대여 공세에 나섰으나 '결정적 한 방'은 보여주지 못했다. 아울러 박지원 국정원장·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인사청문회에서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분위기 반전의 신호탄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본회의 5분 발언이었다. 장외투쟁 일변도였던 통합당에서 새로운 원내 투쟁 방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전국적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하자 여당보다 한발 앞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민생 집중 행보를 보이자 통합당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추세에 힘입어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역전하게 이르렀다.

주 원내대표는 이같은 지지율 반등에도 표정 관리를 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지율 반등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계속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주 원내대표는 "끊임없이 비판하고 고민해서, 정부 여당을 넘어서는 정책들을 기획·입법 실행하겠다"며 "논리적으로 집요하고 비판적으로 날카로운 수권 야당을 만드는 것이 남은 임기의 정치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