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의료사고 논란에 '수술실 CCTV 설치' 재점화
2020-08-14 15:08
최근 제주지역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산모의 뱃속에 13~15cm에 달하는 거즈가 발견되면서,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피해자 A(33)씨 가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8일 제주 시내 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첫째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A씨는 출산 후에 구토와 설사 등을 호소했다. 결국 A씨는 나흘 뒤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고, 배 속에 거즈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제왕절개 수술 당시, 지혈에 사용됐던 길이 13~15cm 의료용 거즈가 A씨의 직장과 소장 부위를 압박해 통증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A씨는 배 속에서 거즈를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해당 기사에는 의료사고를 강조하며, CCTV 수술실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고, 공감을 뜻하는 좋아요가 600개 이상을 넘기며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부산에서도 지난해 편도 제거 수술 후 치료받다가 숨진 6살 아동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했다. 숨진 아동 아버지 김강률(38)씨는 지난달 21일 올린 청원 글에 "수술실에 CCTV가 없어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누가 수술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글을 썼다. 그러면서 "거대 병원 체제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있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촉구했다.
국민 여론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찬반을 조사한 결과, 수술실 내 범죄행위 방지와 신뢰도 제고 등의 이유로 10명 중 7명 이상(73.8%)이 찬성했다. 반면, 사생활 침해 및 의료행위 위축 등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10.9%에 그쳤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법안이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의료진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에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과연 어떤 수술 의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겠느냐" 고 말했다.
또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소의 뿔 모양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의 '교각살우'를 제시하면서 "긴장은 실수를 유발한다. 컴퓨터는 다시 로딩하면 되지만, 수술은 다시 로딩할 수 없다"며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한 김 씨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14일 기준 12만 명이 동의했다. 청원 마감일인 20일까지 20만 명이 동의하면,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