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4대 개혁 재점검 필요하다

2024-10-07 13:30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후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과제를 언급하며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루어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야당의 협력을 요청했다. 2023년초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새 외교 노선을 천명하고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꺼내든 개혁의 화두는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였다.
그리고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여당 참패 후 국정 쇄신안으로 처음 ‘의대 증원’ 계획을 공언했다. 이로써 연금·노동·교육·의료 4대 개혁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금년 8월에는 여기에 저출생위기 대응을 더해 4+1개혁이 주장되었다. 펜데믹 위기를 겪어면서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뿐 아니라 미중쟁패 심화, 북중러결속 강화 등 지정학적·경제적 불안정성이 팽배해 복합위기의 파고가 넘실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통한 돌파구가 절실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쟁의 대치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개혁을 위한 법안 하나 제개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정쟁만 키우고 개혁은 실종되는 최악을 피하려면 모두가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도록 설득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국정은 협치는커녕 갈수록 대치만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 각종 기득권 세력들은 개혁보다는 기득권 지키기에 사생결단이 되고 있는 상황도 개혁 돌파구 찾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 및 3기 출범식'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부터 해결하기 위해 반개혁 저항에도 물러서지 않고 연금·의료·교육·노동의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반복했다. 윤정부가 출범해 3대개혁을 주장한지도 2년 반 가까이 다가오고 윤정부도 반환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 시점에 개혁의 추진상황을 점검해 보고 어떻게 하면 추진동력을 살려나갈 것인지 고민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먼저 연금개혁을 보면 연금개혁의 출발은 ‘공적연금 개혁위원회’의 출범이다. 공적연금 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는 물론 당선 후에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굳게 약속한 주요 국정과제다. 연금 개혁의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개혁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상생의 연금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공적연금제도의 문제점은 우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매년 국가재정으로 보전하고 있고, 사학연금도 조만간 이런 전철을 밟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적자는 1조9000억원에 달했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 적자가 났고, 2002년엔 적립금이 모두 고갈됐다. 그나마 2015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했지만 2023년 적자만 6조1000억원에 달했다. 사학연금은 아직까지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2028년에 적립금이 정점을 찍고 이듬해인 2029년부터 기금 수지가 적자 전환하는 데 이어 2043년엔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전망이다.
현재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적자는 세금으로 메운다. 사학연금도 적자가 나면 정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군인·공무원·사학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대 직역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보험료율이 높지만 그만큼 연금 지급액도 많은 구조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보험료율은 18%로 국민연금(9%)의 두 배다. 2022년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58만원인 데 비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이보다 4.6배 많은 268만원이었다. 군인연금은 289만원, 사학연금은 302만원이었다. 현행 제도대로 간다면 2050년에는 국가보전금이 23조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국가부채도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상황에서 지속이 어려운 과제다. 국민연금은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39년에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이 되면 기금이 전액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심각하다.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3대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1986년 설계 당시 일본의 후생연금을 참고했는데,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료율은 18%로, 소득대체율은 50%로 합의했다. 지금은 연금을 적게 받는 일반국민들의 세금으로 연금을 많이 받는 특수 직역연금을 보전하는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이밖에 소득 하위 70% 노령층에 적용되는 기초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운영해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연금 개혁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우리보다 연금 역사가 긴 일본과 독일도 오래 전 이를 성공적으로 매듭졌다. 한국도 2022년 7월에는 국회 연금특별위원회가 설치됐고 10월에 첫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보고서가 2차례 연기된 끝에 제출됐고, 지난해 10월엔 알맹이 없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이 발표됐지만 보험료율 인상의 불가피함만 강조하고 구체적인 인상률을 담지 않은 채 국회로 넘어가면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특위는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하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까지 꾸렸다.
최근 정부는 보험료 차등 인상, 자동안정장치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게 설정된 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령 그룹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다른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연금액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과 같은 논쟁적 방안도 함께 던지면서 여러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 전문가들 사이에서 견해 차이가 드러나며 좀처럼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이 마저도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야·정이 모두 참여하는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만들어서 모수개혁 및 구조개혁을 통합 논의하자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다루면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3대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은 언급도 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노동개혁은 윤정부는 노사법치 확립의 일환으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불법·부당한 관행 개선, 5대 불법·부조리 근절(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불공정 채용, 직장 내 괴롭힘) 등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노사 자율적 선택권 확대를 위한 근로시간 개편, 파견제도 선진화, 노사 대등성 확보를 위한 대체근로 개편 등 노동규범 현대화를 목표로 노동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근로손실일수는 58만4853일로 지난 정부 평균 156만7381일(동일 기간)의 37.3% 수준에 불과하고 2023년 노사분규 평균 지속 일수 건당 9.4일로 역대 최초 10일 이하 기록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강조했다. 그는 " 자본시장은 글로벌 스탠다드 맞게 바뀌었는데 노동시장이 안바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에게만 유연성을 중요시하는게 아니라 근로자들도 노동시간과 형태에 있어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산업과 근로자가 사업·업무 형태에 따라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내용인데, '주69시간 근무' 프레임이 갇혀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노동유연성 제고, 노동쟁의 3자 개입 금지, 노동쟁의 시 대체인력투입 허용, 최저임금 차등화 탄력화, 주휴수당 폐지, 과도한 중대채해처벌법 개정 등 노동 본연의 개혁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협력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한 노동개혁이다. 아울러 실업대책을 공고히 하고, 노동자들의 능력개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직업교육과 훈련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다시 노동개혁의 불씨를 지펴야 할 때이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국회는 입법화로 뒷받침해야 한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위시한 노동개혁 성공은 강한 지도력과 협치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현장을 두루 경험한 김문수 고용부 장관의 경륜과 추진력이 주목되고 있다.
백년지대계로 추진해야 할 교육개혁은 늘봄학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글로컬 대학 육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30여년 가까운 교육평준화 정책으로 학생들의 기초햑력은 하락하고 20여년 가까운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은 4차 산업혁명과 5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혁명 등에 필요한 우수인재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윤정부는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글로컬대도입, 공립고교 육성, 교육자유특구 도입, 지역균형발전 연계 등 진일보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전교조가 장악하고 있고 좌편향 교육은 지속되고 있고 30년 가까운 평준화, 20년 가까운 대학 반값 등록금으로 학력저하 대학재정 빈곤화 등 황폐화한 공교육 정상화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그 결과 수만 명의 기러기 아빠 엄마들이 전세계 국제학교를 유랑하고 엄청난 사교육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교육개혁과제다.
의료개혁은 최대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 의대 증원은 제주 의대가 설립된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모집인원은 총 4610명으로 전년도 3113명보다 1497명 늘었다. 의대 증원은 과거 어느 정부도 못했던 개혁이다.
한국의 의료는 개혁이 필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환자들이 부족한 의사로 인해 ‘3분 진료’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모바일 플랫폼시대를 맞아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원격진료도 20년 넘게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의학으로 노벨의학상이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한의학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단순한 증원을 넘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료개혁 추진이 가능할 것인지 주목된다.
성태윤 대통령 정책실장은 9월 11일 의료개혁에 대해 “지역·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적인 요건”이라고 했다. 그는 “의학교육 선진화,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등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고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의료 이용체계를 정상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 응급을 비롯한 필수, 지역의료 수가를 개선해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하고 의료인 배상 책임보험, 형사처벌 특례 등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이러한 의료개혁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 그간 건강보험에 의존하던 재정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향후 5년간 10조 원의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4대 개혁은 전임 정부들에서도 풀지 못한 숙제다.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은 다시 한번 미비점과 보완점을 재점검해 보아야 할 때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고 밝히며 “늘 그렇듯 개혁에는 많은 저항과 고통이 따른다”면서도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성장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는 지금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해 2030년 대에는 성장률이 1%대 2040년 대에는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이다. 한마디로 2030년대 이후에는 일본형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끊임없는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역동성 유연성을 제고해 오고 있는 미국은 1인당 소득이 7만 달러 고소득국임에도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민 모두 기득권을 조금씩만 양보하고 여야정치인들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맹목적인 정쟁을 접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