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비 오듯 쏟아지는 땀과의 전쟁, 다한증…정진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2020-08-13 10:09
여름철 하루 1.5ℓ 이상 땀 나면 의심… 10~20대 환자 많아
인체는 피부가 열기를 느끼고 체온이 37℃보다 높게 올라가면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땀은 우리 몸에서 체온을 조절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피부도 윤기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두려움부터 앞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다한증 환자들이다. 지나친 땀은 여름철 최대 골칫거리일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의 큰 적(敵)이다.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땀 하루 2~5ℓ 이상 흘린다면 다한증 의심해야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땀이 흐른다. 어떤 이는 주체하기 힘든 땀 때문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다한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0년 1만 1519명에서 2019년 1만 5661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로 10~20대가 가장 많다.
날씨가 더워지거나 운동을 해 체온이 올라가면 인체의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에서는 열(熱) 손실 신호를 내보낸다. 신호를 받은 교감신경은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땀샘이 땀을 분비한다. 땀은 수분과 노폐물을 배출하고 열을 식혀 체온을 내려가게 한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 없이 지나치게 땀이 난다면 다한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하루에 600~800㎖의 땀을 흘린다. 보통 컵 3~4잔 정도다. 여름에는 1~1.5ℓ의 땀을 흘린다. 보통 일상생활을 하면서 긴장을 하거나 초조해져도 땀이 난다. 또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을 유독 심하게 흘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 몸은 음식을 먹고 소화하면서 열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높아진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또 미각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자극되면 땀 분비가 이뤄지기도 한다. 자극적인 음식일수록 반응이 더 잘 나타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나는 것은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다. 보통 말하는 다한증과 다르다.
정진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과도하게 땀이 나는 경우는 미각성 다한증이라 한다”며 “이는 침샘에 연결되는 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는 당뇨합병증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치료는 쉽지 않다”고 했다.
다한증 환자는 하루에 약 2~5ℓ 정도의 땀을 흘린다.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 국소 다한증과 전신 다한증으로 구분한다. 원인에 따라서는 일차성과 이차성 다한증으로 나눈다. 일차성(원발성) 다한증은 실온 34oC 이상의 온도나 긴장 등의 감정 변화, 교감신경의 변화에 의해 발생한다. 이차성 다한증은 내분비 질환(갑상선 기능 항진증, 당뇨, 뇌하수체항진증, 폐경), 신경계 질환(파킨슨병, 뇌혈관질환, 척수손상), 암(백혈병, 림프종, 신장암), 결핵, 가족력, 비만 등 원인이 다양하다.
일차성 다한증은 ▲땀이 많이 나는 부위가 손, 발, 겨드랑이, 얼굴 등 국소부위 한군데를 포함하거나 ▲가족력 ▲젊은 나이(25세 미만) ▲양측성(좌우 대칭적) ▲1주일에 1회 이상 과도한 땀 분비 ▲밤에 잘 때는 정상 등 6가지 증상 중 2개 이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다한증의 빈도는 주로 손바닥이나 발바닥, 겨드랑이, 얼굴에서 많이 나타난다.
정진용 교수는 “다한증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사회생활을 힘들게 하면 치료, 관리가 필요하다. 다한증은 원인이 다양하고 증상 정도에도 차이가 있어 원인과 상태에 맞게 접근해야 개선 효과가 좋다”며 “이차성 다한증과 같이 특정 질환이 원인이면 다한증 치료와 더불어 원인 질병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상성 다한증, 미리 경험해 보고 수술 여부 결정
다한증의 비수술적 치료방법에는 바르는 약, 먹는 약, 이온영동치료, 보톡스(주사) 시술 등이 있다. 바르는 약은 국소 다한증에 효과가 좋고 안전하며 바르기 쉬운 장점이 있다. 그러나 효과는 일시적이고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먹는 약은 전신 다한증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입 마름, 안구 건조, 변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녹내장 및 전립선비대증 치료약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이온영동치료는 수돗물에 전기를 살짝 흘려줘 손이나 발 다한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보통 7회 이상 치료를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부작용이 없는 장점도 있다. 보톡스 시술은 겨드랑이 다한증에 효과가 좋고, 짧은 시술 시간과 빠른 회복이 장점이다. 효과 기간은 6개월 정도로 반복해서 시술이 필요하다.
보통 비수술적 치료를 진행해보고 증상 개선이 없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교감신경절제술)를 고려해야 한다. 교감신경절제술은 흉강경 수술법으로 시상하부에 열 손실 신호를 전달하는 교감신경 일부를 절제해 땀 배출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다한증의 부위에 따라 절제하는 교감신경 위치가 다르다.
교감신경절제술은 특히 손 다한증 환자에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작용으로 오히려 땀이 거의 나지 않아 손이 너무 건조해지는 ‘무한증’이 발생하거나 재발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보상성 다한증이다. 보상성 다한증은 손이나 발에 땀이 나지 않는 대신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나는 경우를 말한다. 가장 흔한 부위는 등이나 가슴, 배, 엉덩이 등이다. 보상성 다한증은 수술 후 70~80% 환자에서 경미하게 나타나지만 대부분 수술 결과에 만족한다. 반면 20~30% 환자는 심하게 나타나 불만족하거나 후회하기도 한다.
이때 시술을 통해 교감신경절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보상성 다한증을 일시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보상성 다한증 예측시술은 국소마취 하에 흉강경을 통해 약물주사로 다한증을 유발하는 신경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이다. 이는 수술했을 때와 거의 같은 효과가 1~7일 정도 지속된다. 이 기간 동안 보상성 다한증의 발병 여부, 부위 및 정도 등을 미리 경험해 보고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정진용 교수는 “보상성 다한증에 대한 치료법은 매우 어렵고 수술 전 상태로 되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교감신경절제술은 의료진과 잘 상의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수술 후 보상성 다한증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조절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