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퍼주기' 논란 의식했나…정부, 대북 지원 검토 '원칙적' 입장 강조

2020-08-11 16:07
南 수해피해 예산 부족한 상황서 통일부 '北 지원 검토' 논란
통일부 "인도적 사안 진행 관련 정부의 원칙적 입장 밝힌 것"

이인영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통일부가 대북 수해지원과 관련 수위조절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북 인도적 지원의 목소리가 높아졌을 당시 통일부는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대북 지원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대북 마스크 지원 의혹’과 같은 논란이 다시 불거질까 우려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3월 국내에선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했었다. 이때 북한 매체 영상 속 북한 의료진이 한국산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와 ‘우리 정부가 북한에 마스크를 퍼줬다’라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정부는 코로나19 관련해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적극 해명,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경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7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에서 관계자로부터 수해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정부의 ‘대북 수해지원 다각적 검토’ 입장에 대해 “아직 북한의 구체적인 (수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아서 현재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사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인도적 사안에 대해서는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하게 한다는 원칙을 정부가 갖고 있다“면서 전날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밝힌 ‘대북 수해지원 다각적 검토’가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전날 통일부는 북한의 호우피해가 지난 2007년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칙적 요건이 마련되면 북한에 대한 수해지원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국내 호우피해 지원도 힘든 상황인데 대북 지원을 검토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에도 이른바 ‘북한 퍼주기’에 나선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현재 지자체들은 기존의 재난기금을 코로나19 사태 때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사용, 수해 복구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제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번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 4차 추경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인근의 논이 불어난 임진강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 임진강 상류 댐 붕괴 여부에 대한 통일부의 소극적인 설명도 이번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의 황강댐 무단방류 정황과 임진강 상류 댐 2개 붕괴 여부에 대해 “정부는 남북 접경지역 일대 집중호우 상황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에 필요한 사안은 관계기관 간 공유하며 주민 사전대피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북한의 임진강 상류 댐 붕괴 여부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파악했는데 밝히기 어려운 것인지’를 묻자 “그 사항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지적엔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의 수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