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제2차 뉴노멀' 기회 잡으려면
2020-08-11 15:48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노멀이 화두가 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책도 많이 나왔고, 나오고 있다. 원래 뉴노멀이란 말은 2008년 금융위기때부터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쓰이던 말이고, 2020년 현재의 뉴노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쓰이는 말로 두 가지의 다른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의 뉴노멀은 과거의 뉴노멀과 구별하기 위해 ‘포스트코로나 뉴노멀’, ‘제2의 뉴노멀’, ‘2차 뉴노멀’이라고 표기할 것을 주장한다. 제2의 뉴노멀을 이해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은 우리 국가, 기업, 개인 등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먼저 과거의 뉴노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경제 질서의 특징을 통칭하는 말로, 사회적으로 새로운 기준이나 표준이 보편화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도 쓰였다. IT 버블이 붕괴된 2003년 이후 미국의 벤처투자가인 로저 맥나미가 처음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용어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CEO) 모하마드 엘 에리언이 그의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When Markets Collide, 2008)에서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을 위기 이후의 ‘뉴노멀’ 현상으로 지목하면서 널리 알려지고 글로벌하게 사용됐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사용된 뉴노멀과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뉴노멀은 크게 다른데,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를 구별하지 않고 뉴노멀이라고 쓰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과거의 뉴노멀(1차 뉴노멀)과 현재의 뉴노멀(2차 뉴노멀, 제2의 뉴노멀)을 다르게 표현할 것을 주장한다. 과거의 뉴노멀은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서 벗어나 신흥국들이 시장에 적극 참여함에 따라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고속 성장 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부각됐다. 2020년 현재의 뉴노멀(포스트코로나 뉴노멀)은 과거의 뉴노멀 개념에 팬데믹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인구변화와 기후변화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포스트코로나 뉴노멀(제2의 뉴노멀)을 나타내는 키워드들을 살펴보자. 먼저 포스트코로나시대에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로 언택트(Untact)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contact)에 언(un)을 붙여 비대면(비접촉)을 의미하는 신조어 ‘언택트’는 여러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안전(Safety)도 포스트코로나의 핵심 키워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안전과 관련하여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와 손소독, 마스크 착용 등이 일상화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신조어의 등장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테 이전에 관심을 받다가 포스트코로나시대 더 주목을 받게 되는 키워드도 있다. 4차산업혁명과 이를 달리 표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이다. 세계는 인공지능(AI), 5G,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을 통해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그밖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세계화(Globalization)가 강조되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슬로벌리제이션(Slowbalization: 세계화 둔화)와 디글벌리제이션(Deglobalization: 탈세계화)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탈성장(Degrowth), 긴급재난지원금(Emergency payments),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Epidemiological Power(방역권력), 감시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큰정부(Big Government) 등도 포스코로나 시대의 키워드로 언급되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및 저성장은 과거의 뉴노멀에서 2020년 현재에도 이어지는 뉴노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한국에서의 현상들을 살펴보자.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대해 통계청의 장래인구전망 자료를 보면, 2040년 우리나라 전 지역 가운데 81% 이상에서 인구감소가 예측된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잠재GDP성장률은 2019년 2%에서 2040년 1.5%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처럼 현재의 뉴노멀은 과거의 뉴노멀과는 다른 현상이 있고 계속 이어지는 같은 현상도 있다. 그래서 과거의 뉴노멀과 현재의 뉴노멀을 구분없이 똑같이 뉴노멀이라고 쓰는 것은 문제가 있고, 달리 구분 표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조하고 싶은 점은 1차 뉴노멀이든 2차 뉴노멀이든 모두 위기 상황이지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10여년 후 미래에는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3차 뉴노멀이 올 수 있다. 그러므로 항상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응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뉴노멀은 변화(Change)를 의미하며, 대부분 변화를 위기로 여기지만 변화 속에 반드시 기회(Chance)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변화(Change)에서 영어 단어 한 자를 바꾸면 기회(Chance)가 된다고 한다. 국가와 기업 및 개인들은 2020년에 닥친 뉴노멀의 키워드들을 잘 분석해서 이해하고, 특히 4차산업혁명을 잘 이해하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정부는 대대적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국가전략으로서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하겠다고 한다. 기업과 개인들도 인공지능(AI), 5G, 빅데이터, 블록체인,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관련 교육도 강화를 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한 우리나라가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해서 K-방역과 K-바이오 등이 세계적으로 이미지 확산이 되고 있는데, 이를 비즈니스로 잘 연결해서 국익과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인공지능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