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림자금융 단속에 자금줄 막힌 중소기업
2020-08-07 01:00
FT "그림자금융 옥죄기 코로나19 타격 중소기업에 이중고"
중국 금융당국이 그림자금융에 대한 단속에 고삐를 죄면서 일부 중소기업에 ‘역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보도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시스템이 아닌 제2금융권 등에서 이뤄져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기업 대출을 말한다. 중국에선 건설업과 제조업, 인프라 투자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펀드 업계와도 맞물려 있어 당국이 단속에 힘써왔다.
그런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통제됐던 그림자금융이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다. 싱크탱크인 정허리서치가 지난 2월 중소기업 206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5분의1 이상이 그림자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냈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그림자 금융 자산 규모는 59조1000억 위안(약 17조원) 늘었다. 이는 2017년 이후 그림자금융 자산이 처음으로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그림자금융 성행이 그림자금융 금리를 높이고, 이는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채권단 소송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그림자금융 금리는 연 18~40%에 달한다. 이는 중국의 1년 만기대출금리(LPR)가 3.85%인 것에 비하면 엄청 높은 수준인 것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5월까지 중국 선전시 푸톈구에서만 디폴트 건수가 2만1000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디폴트 건수는 3만3590건이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가 그림자금융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은보감회는 지난달 말 "그림자금융의 확대를 단호하게 막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한 ‘부작용’이다.
중국에서는 은행 대출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그림자 금융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 그림자금융 단속을 강화하면 기업들의 자금 재조달이 어려워지고, 지방 중소 은행들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제 6월 말 기준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잔액도 3조6000억 위안으로 연초 대비 4400억 위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 비율은 0.08%포인트 오른 2.1%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이 중국 소형은행 43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2.48%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상위 10대 대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1.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의 장민안 교수는 “당국의 그림자금융 단속은 대형 은행에 대출을 받지 못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의 ‘생명줄’을 끊어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중소은행의 주고객인 중소기업에 위기가 닥치면, 기업에서 중소은행으로 디폴트 현상이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