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달라진 베트남...코로나 확산에도 강력봉쇄 없는 까닭은?
2020-08-06 08:00
'사회적 거리두기'와 '내수정책' 동시 강조...사실상 경제살리기에 방점
국영기업 매출 반토막...각 성·시 세수 10%↓ 마이너스 성장 우려까지
방역은 이제 정부에서 국민으로..."코로나의 일상화, 장기화 대비할 것"
국영기업 매출 반토막...각 성·시 세수 10%↓ 마이너스 성장 우려까지
방역은 이제 정부에서 국민으로..."코로나의 일상화, 장기화 대비할 것"
베트남이 확연히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정부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까닭이다. 다낭 발(發) 코로나 지역감염이 본격화한 지 보름째. 사망자 8명을 포함해 확진자만 260여명이 발생하면서 누계확진자의 전체 30% 이상을 넘었다. 또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정부는 다낭을 제외한 주요 대도시들에서는 차분한 대응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4일 정부 상임위원회에서 코로나19의 2차 물결에 대해 관련 기관들은 침착하고 적극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도 시장의 흐름을 막지 말고 생산과 사업을 보장해야 하며 경제가 붕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지역별로 합리적인 규모와 범위로 사회적 격리를 검토해야 하고 이러한 활동은 시행 전에 매우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총리령 16호(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를 실행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코로나19 정책을 가늠하는 방향으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날 회의는 코로나 방역의지를 거듭확인하면서도 제한정책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사실상 코로나19보다 내수살리기에 방점을 뒀다.
이 같은 베트남 정부의 방향전환은 최근 베트남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지표에서 베트남 내수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부 세금징수도 10% 이상 줄어들었고 국영기업들의 매출액은 대부분 반토막이 났다. 또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전체교역량이 줄었다. 직격탄을 맞은 내수 서비스업도 여전히 위기다. 일부에서는 베트남이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올 상반기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1.8%다.
특히 베트남 국가산업을 이끌고 있는 국영기업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베트남석유공사(Petrolimex), 베트남우정통신그룹(VNPT), 베트남철도공사(VNR), 모비폰(Mobifone), 베트남철도공사, 베트남우정공사, 비엣텔 등 각 분야 주요 국영기업들의 매출액과 세수기여도가 일제히 하락했다. 베트남항공은 누적적자액만 국영기업 중 최대치인 약 3850억원에 이르렀다. 베트남항공 부채를 사실상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 부채확대는 베트남 국가신용등급의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 세금징수액도 전국 63개 성·시 중 34개만 올해 상반기 목표치를 달성했고, 총액은 전년동기 대비 10.5% 줄었다.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 외에 일부 중부 지역 성들은 세수 부족과 실업률이 심각해 중앙정부에 긴급자금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애꿏은 상인들을 상대로 각종 명목으로 세금을 징수해 간다는 비난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번 베트남의 지역감염은 신종사례로 분류된다. 이 새로운 변종은 지난 이탈리아와 중국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확산세가 더욱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실상 베트남 정부가 감당해낼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난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최초 발생지인 다낭에서 수만명의 국내 관광객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든 경로를 역추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3~4월 베트남은 강력한 봉쇄정책을 통해 코로나 모범국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았지만 내수경제는 놓쳤다. 정부는 이번 8~9월 사이가 베트남 경제목표치 도달을 위한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베트남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에서 청정국 타이틀을 내려놓고 다른 국가처럼 방역의 일상화와 경제회복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건은 베트남이 한국 등 다른 방역 선진국처럼 방역과 내수살리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베트남 당국의 종합행정력을 감안해볼 때 일반 행정서비스와 각 지역별 확산을 막기엔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대응 코로나19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부득담 부총리는 국민의 과도한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앞으로 상황은 전면적 봉쇄보다는 신속한 대응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코로나의 장기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시 미딩 지역의 한 시민은 내수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이동제한, 대중교통 운행중지가 이뤄진다면 시민들의 불만이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 정부는 비필수시설의 영업 중지를 제외하고서는 가벼운 제한조치를 당분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더 이상 강력한 활동 제한은 없을 전망이다.
이제 방역의 공(功)은 베트남 정부보다는 국민들에게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 지난 4월과 비교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정부의 제한사항이 없더라도 개인 스스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렇게 베트남은 스스로가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의 변화된 코로나19 정책에 베트남 국민이 어떻게 응답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