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에이원·KPGA의 근사한 합주…선수권대회 6일 개막

2020-08-04 17:37
156명 출전·총상금 10억원
우승 상금 1억8000만원 '18% 요율'
커트라인 탈락자에게도 200만원 '지원'

류진 풍산그룹 회장, 구자철 KPGA 회장, 이경재 에이원 컨트리클럽 대표이사 (왼쪽부터)[사진=KPGA 제공]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2020시즌 첫 메이저 대회 제63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1억8000만원)가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에이원 컨트리클럽 남, 서코스(파70·6950야드)에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두 후원사가 아름드리나무처럼 선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바로 풍산과 에이원 컨트리클럽이다.

지난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선언 이후 골프대회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KPGA 코리안 투어도 타격이 심했다. 정상적으로 치러진 대회도 있지만, 취소와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 대회들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두 후원사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 권위의 명맥을 잇기 위해 KPGA와 합심했다.

KPGA 선수권대회 조직위는 일단 상금 요율을 20%에서 18%로 내렸다. 고로 우승상금이 총상금 10억원의 18%인 1억8000만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대회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상금을 고루 분배하기 위함이다. KPGA와 두 후원사는 'KPGA 선수권대회 머니'를 신설했다. 커트라인에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1인당 200만원 상당의 금액 지원을 약속했다.

에이원 컨트리클럽은 코로나19 확산에도 2018년 KPGA와 계약한 KPGA 선수권대회 10년 개최의 약속을 지켰다. 덕분에 2016년부터 5년 연속 같은 장소에서 대회가 열리게 됐다. 이곳은 지난 4년간 '명승부의 터'였다.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김준성(29)과 황중곤(28)이 한 타 차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후 2년 동안은 연장전이 펼쳐졌다. 그 결과 2018년엔 문도엽(29)이, 2019년엔 이원준(호주)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덕에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이원준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부담도 되지만 설렘이 더 크다. 목표는 당연히 대회 2연패"라고 다짐했다.

KPGA 오픈 with 솔라고CC 우승자 이수민(27)도 시즌 첫 다승자 등극을 노린다. 그는 "첫 승 이후 심리적인 여유가 생겼다. 우승으로 좋은 흐름을 탔고 이 기세를 이어갈 자신이 있다"며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다. 제네시스 대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KPGA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하며 상승 곡선을 그린 김주형(18)의 빈자리(PGA 챔피언십 출전)에는 156명 중 최연소인 김민규(19)가 출전한다. 그는 먼데이(월요 예선)를 통해 KPGA 군산CC 오픈 출전에 이어 KPGA 오픈 with 솔라고CC  준우승자 자격으로 이 대회에 출전했다.

김민규는 "'기회가 왔을 때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첫날부터 우승을 바라보고 경기하겠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각오를 반영해 코스는 극악의 난도로 조절했다. 이우진 KPGA 운영국장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인 만큼 코스 변별력을 높였다"며 "근래 보기 드문 난도로 세팅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파70에 6950야드로 설정됐다. 그린(3.3mm), 페어웨이(18mm), 티잉그라운드(12mm)의 길이도 지난해와 동일하다. 그러나 러프의 길이는 100mm로 설정됐다. 지난해 50mm였던 것에 비하면 두 배나 길어졌다. 이 정도 길이면 발목까지 잠긴다. 골프공의 지름이 43mm인 것을 고려하면 러프에 들어갈 시 찾기조차 힘들어졌다.

페어웨이 폭도 15~20m로 좁혔다. 또한, 그린 주위에도 함정을 곳곳에 심어 놨다. 그린 주변 러프 길이도 60mm에 달한다. 연습경기를 통해 체험한 김민규는 "러프가 길고 억세다. 페어웨이를 지키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극악의 난도에 대한 보상은 푸짐하다. 우승자에게는 코리안 투어 5년 시드가 주어진다. 본인이 원할 경우 KPGA 선수권대회 영구 참가 자격을 얻는다. 더불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의 출전권을 얻는다.

구자철 KPGA 회장은 지난 3일(월요일)부터 대회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회장 취임 후 첫 메이저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가 SNS를 통해 게재한 사진 속에는 'KPGA의 살아있는 전설' 한장상(79) 등과의 만남부터 역대 우승자들(문도엽, 이원준) 라커 옆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사진, 중부 지방에 보다 평온한 대회장의 날씨, 100mm의 러프 길이를 보여주는 사진 등을 올리며 현장 상황을 누구보다 빠르게 골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코리안 투어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다. 풍산과 에이원 컨트리클럽, 그리고 KPGA가 근사한 관현악단으로 변신해 ‘지휘자’를 기다리며 화음을 맞추고 있다. 곡은 미정이다. 빠르기도 미정이다. 관중은 침을 ‘꼴깍’ 삼킨 채 정적 속에서 지휘자가 오를 무대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