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에 용적률 1000%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까

2020-07-30 16:27
대한민국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 Lct 용적률이 944%
용적률 500%만 적용해도 63빌딩 높이 아파트 숲 돼
준주거지의 경우 3개동 이하·탁 트인 지역 등 제약多

정부가 일반주거지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높이고, 역세권 인근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100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해운대 앞 Lct(용적률 944%)인데, 100층 이상의 초고층 주거용 건물이 서울 곳곳에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 해운대구 Lct 조감도.[자료 = 포스코건설]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300% 이상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문가들은 서울 대다수 아파트가 있는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의 경우 300% 이상으로 높이기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행 건축법상 건물 높이만큼 동 간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일조사선' 규정 등으로 인해 용적률을 일정 한계 이상 높일수록 아파트 동 수, 즉 공급량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바다나 큰 강을 낀 트인 지역이거나 초고층 빌딩이 모여있는 상업지역 또는 준주거지역 중에서도 작은 부지에 한해 주상복합을 3개동 이하로 짓는 형태는 가능할 것으로 봤다.

주요 개념부터 보면, 용적률은 땅 크기 대비 몇 배의 넓이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정하는 개념이다. 땅 면적 100㎡에 건축물 바닥면적이 100㎡면 용적률이 100%인 셈이다.

용적률을 500%로 높였을 때에는 건축물 바닥면적이 100㎡인 한 층을 다섯 개 쌓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5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또 중요한 개념은 건폐율이다. 이는 땅 크기 중에서 가장 큰 건축물의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땅 면적 100㎡에 50㎡ 면적의 건축물이 있으면 건폐율이 50%가 된다.

아파트에서 건폐율이 높을수록 부지 내 아파트를 빽빽이 많이 지을 수 있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모두 높이면 사업성이 좋아지지만, 주거 환경은 나빠진다.

전문가들이 일반적인 아파트의 용적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한 이유는 주거 환경과 공급량을 동시에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용적률 250%에 건폐율 18%로 최고 35층 23개동을 지은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건폐율과 동 간 거리를 똑같이 두고 용적률만 500%로 상향했을 때 최고 70층에 달하게 된다.

70층 아파트 높이는 한 층을 대략 3m로 잡아 210m 정도다. 높이 250m짜리 63빌딩과 유사한 건물이 23개나 우뚝 솟은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 동네가 암흑 속에 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건축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층 입주민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 반지하와 유사한 환경에 놓이게 되서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타워팰리스 2차 전경.[사진 = 네이버 거리뷰]

건폐율 낮춰서 용적률 높이면 공급량 줄어드는 딜레마
주거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폐율을 낮추면 아파트 동 수가 줄어드는 만큼 가구 수가 줄어드는 구조 탓에 주택공급량을 늘리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강남이나 여의도 재건축 단지가 용적률 500% 또는 1000%를 받아서 사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에 그칠 확률이 크다.

자문과 함께 익명을 요구한 A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그냥 용적률을 1000%로 주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가 돼 집값이 뚝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을 초고층건물 그늘 아래 사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면 (용적률 상향은) 제격"이라며 "홍콩과 맨해튼 집값을 보면 고밀개발로 집값을 잡는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주변이 트인 작은 부지에 3개동 이하의 건물이라는 전제 하에 용적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한 이유 역시 주거 환경 때문이다.

부지가 작은 곳에 건폐율을 높여 바닥면적 자체를 넓히면 일반 같은 용적률을 적용하더라도 일반 아파트보다 층수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용적률 800%·건폐율 35%)는 최고 46층 3개동으로, 삼성타워팰리스(용적률 923%·건폐율 39%)의 경우 최고 55층 2개동으로 지어졌다.

전문가들은 도심 고밀개발 계획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초고층 주상복합의 경우 땅값이 비싼 상업시설 또는 준주거지역에 건설되기에 부자들 잔치로 끝날 수 있어서다.

B대학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일반주거용지를 준주거지로 바꾸더라도 주변 지역 일조권과 도시 미관상 극히 일부 지역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타워팰리스와 갤러리아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은 최소 10억원이 넘는 고급주택"이라며 "주거안정 목적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도시 전체의 주거 환경을 해치는 건물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