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위헌 논란 피할 수 있는 최적 방안은?
2020-07-29 11:30
지난 2002년 9월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2월 국회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안’을 통과시켰다.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찬성 167, 반대 13, 기권 14표였다. 그리고 2004년 5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발족하자 이른바 ‘신행정수도법안’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송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조선왕조 이래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습헌법”이라며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수도를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결정 이후 행정수도를 옮기려면 헌법을 바꿔 수도 관련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고, 결국 행정수도 이전 논쟁은 잠잠해졌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가 모두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행정수도 완성을 통해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국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16년 만에 다시 제안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른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다. TF는 4선인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을 비롯해 의원 17명으로 꾸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당 내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연말 정기국회까지 △여야 합의 입법 △국민투표 △개헌 세 가지 중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여야 합의를 통한 특별법 제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되, 합의에 실패할 경우 국민투표 또는 개헌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당이 추진 중인 '행정수도 이전 방안'은 법률적·정책적으로 복잡한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16년 전 내려졌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법조계조차도 생소한 관습헌법에 바탕을 둔 헌법재판소 2004년도 결정은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위헌 결정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관련 법률을 제정하면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할까?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건 관습헌법이다. 관습헌법도 성문헌법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수도를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 헌법 체제에서 인정되는 관습헌법 사항은 법률에 의하여 개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수도 이전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따라서 여야가 합의해 입법을 해도 누군가 헌법소송을 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결정에 따라 위헌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법리적으로 무리한 이론 구성"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과연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이 존재하는지, 헌법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서울이 수도라는 것에 대한 국민의 의사 합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등과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져 나왔다.
당시 전효숙 헌법 재판관도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소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헌법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지 관습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서울이 수도라는 것이 헌법적인 컨센서스(국민의 합의)가 있는 건 아니다. 설사 헌법적 규범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서 그러한 관습(수도 이전)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위헌 논란이 사라질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조선왕조 이래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습헌법”이라며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수도를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결정 이후 행정수도를 옮기려면 헌법을 바꿔 수도 관련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고, 결국 행정수도 이전 논쟁은 잠잠해졌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가 모두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행정수도 완성을 통해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국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16년 만에 다시 제안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른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다. TF는 4선인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을 비롯해 의원 17명으로 꾸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당 내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연말 정기국회까지 △여야 합의 입법 △국민투표 △개헌 세 가지 중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여야 합의를 통한 특별법 제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되, 합의에 실패할 경우 국민투표 또는 개헌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당이 추진 중인 '행정수도 이전 방안'은 법률적·정책적으로 복잡한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16년 전 내려졌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법조계조차도 생소한 관습헌법에 바탕을 둔 헌법재판소 2004년도 결정은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위헌 결정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관련 법률을 제정하면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할까?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건 관습헌법이다. 관습헌법도 성문헌법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수도를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 헌법 체제에서 인정되는 관습헌법 사항은 법률에 의하여 개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수도 이전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따라서 여야가 합의해 입법을 해도 누군가 헌법소송을 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결정에 따라 위헌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법리적으로 무리한 이론 구성"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과연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이 존재하는지, 헌법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서울이 수도라는 것에 대한 국민의 의사 합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등과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져 나왔다.
당시 전효숙 헌법 재판관도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소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헌법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지 관습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서울이 수도라는 것이 헌법적인 컨센서스(국민의 합의)가 있는 건 아니다. 설사 헌법적 규범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서 그러한 관습(수도 이전)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위헌 논란이 사라질 수 있을까?
국민투표권이란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서 국민이 직접 그 정책결정에 참가함으로써 주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헌법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제72조)와 헌법개정안에 대한 확정여부를 결정짓는 국민투표(제130조 제2항)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가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임의적인 것인 데 반해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필수적인 사항이라는 차이가 있다.
지난 2004년 해당 위헌심판에서 김영일 재판관은 “수도이전 문제는 현실적인 국민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가 정한 ‘중요정책’에 해당한다”며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가 정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여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다”고 별개의견을 낸 바 있다.
여당은 김 전 재판관의 개별의견을 근거로 “개헌 절차 없이도 국민투표를 통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이 사멸됐음을 인정받아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면 위헌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결정에서 관습헌법은 “국민적 합의성이 소멸되면 관습헌법으로서의 법적 효력도 상실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위헌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은 법률이나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한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속력이란 국가기관 등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하고 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상고나 번복이 불가능한 데다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존재한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란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는 다시 심판할 수 없는 원칙을 말하며 헌법재판소법 제39조에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결정에서 “관습헌법도 헌법의 일부로서 성문헌법의 경우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법규범은 최소한 헌법 제130조에 의거한 헌법 개정의 방법에 의하여만 개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관련 규정과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따르면 헌법 제72조에 따른 국민투표 절차를 통한 행정수도 이전은 사실상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재판관 7인 이상이 출석해 6인 이상의 찬성이 있다면 판례 변경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가 종전에 한 결정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긴 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헌재가 다시 논의하게 된다면 관련 규정에 근거해 판례 변경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과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은애·이석태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고 김기영 재판관은 더불어민주당의 추천을 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이 1명도 없었던 ‘2004년도 헌법재판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은 개헌
현행법상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를 위헌 논란 없이 이전하려면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뒤집어야 가능하다.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헌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개헌 없이 하위법인 법률만으로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2004년도 결정과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 22일 전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지금도 관습헌법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연구의 영역이지 판례를 어기란 뜻은 아니다”라며 “판례를 무시하고 여야합의든, 여권 단독이든 새로 만든 법률 조항만으로 수도를 옮기려면 2004년 때처럼 위헌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수도이전 법률을 신설해 수도 이전을 추진하더라고 지난 2004년 때처럼 얼마든지 위헌소송으로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때문에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헌법 개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04년 결정에서 “수도 이전에 있어 헌법개정의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다면,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깨끗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지난 24일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에 힘을 실어줬다.
여권 관계자는 “범여권 180석에 더해 20표만 더 끌어오면 개헌에 필요한 200표를 확보할 수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은 데다, 이미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들이 나오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개헌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전했다. 실제 통합당 소속 충청권 중진인 5선의 정진석 의원과 부산 지역구의 장제원 의원이 찬성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깊이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제출한 개헌안에서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에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한다”는 문구를 신설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국가기능 분산이나 정부부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도를 정하는 것을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더 이상 헌법과 관련된 논란을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