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中 바이주업계, 부작용 우려...마오타이 부패에 양극화까지

2020-07-30 07:45
공산당 마오타이 부패 비난에 시총 30조 증발
2012년 바이주 몰락 재현 우려 커져
대형 업체 '승승장구' 속 중소업체 '피눈물'
전문가 "2012년 재현 없을 것.. '조정기' 예상"

중국 전통 술 바이주(白酒) 업계 호황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표 바이주 업체인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가 부패 연루 보도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업계의 빈부격차도 뚜렷해지면서다. 일각에선 바이주 업체들이 날개 없이 추락했던 2012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구이저우마오타이]

◆2016년부터 이어오던 ‘고공행진’··· 2012년 위기는 '反부패 정책' 때문

중국 바이주 업계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매출 상승은 물론 바이주 가격과 주가까지 동반 성장하는 이른바 ‘싹쓸이 성장’을 거둔 것.

특히 고급 바이주 브랜드 성장세가 가팔랐다. 중국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국주(國酒) 구이저우 마오타이 주력 상품인 53도 페이톈마오타이(飛天茅臺)의 한 병당 소비자가격은 2016년 초 800~900위안(약 13만~15만원)에서 지난달 기준 한 병당 2550위안까지 치솟았다. 4년 새 가격이 무려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2017년 초 300위안대였던 마오타이 주가는 3년 반 사이 1600위안대로 8배가량 점프했다. 우량예(五粮液)와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등 다른 고급 바이주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2017년 초 주당 35위안이었던 우량예 주가는 3년 반 사이 200위안을 돌파했다.  34위안이던 루저우라오자오는 110위안을 넘어섰다. 루저우라오자오의 대표 상품인 52도짜리 궈자오1573 소비자가격은 올해만 300위안 올랐다.

최근 몇 년간 고공상승을 해온 바이주 업계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부침이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을 전개한 탓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부패 척결을 위해 삼공소비(三公消費·공무원의 차량비, 출장비, 접대비) 규제를 강화했다.

고급 바이주는 고위 공직자에게 선물이나 뇌물을 줄 때 많이 쓰였는데, 이런 수요가 크게 줄었다. 게다가 한 병에 10만원 넘는 고급 바이주를 주문한다는 것은 공무원 스스로 부패 의혹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어 공직사회에선 자의 반 타의 반 ‘바이주 금지령’이 확산됐다. 몇몇 지방정부는 ‘점심 금주령’과 같은 구체적인 금주 수칙을 내걸기도 했다.

당시 일부 바이주에 물 이외에 가소제가 함유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식품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던 것도 바이주 업계 몰락을 초래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합성물질로 발암물질의 일종이다.

바이주 업계엔 혹독한 시련이 닥쳤다. 마오타이만 해도 매출이 1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주가는 2014년 초 100위안까지 떨어지면서 1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 1500위안에 판매되던 페이톈마오타이 가격은 850위안까지 수직낙하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마오타이 부패 비난 확산··· 악몽 재현 우려도

그런데 최근 마오타이의 부정부패에 연루 비판이 거세지면서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마오타이의 위안런궈 전 회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지난해 체포된 이후 최소 13명의 임원들이 줄 이어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보도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지난해에만 류쯔리(劉自力) 전 사장 등 8명의 전직 고위 임원이 뇌물죄로 구속됐다"며 "술로 사익을 도모하는 사슬이 장기간 존속되고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비난까지 이어졌다.

인민일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매체 중 하나인 ‘학습소조’는 지난 15일 ‘맛이 변한 마오타이, 누가 마오타이를 사는가’라는 제목의 글로 마오타이그룹이 부정부패와 뇌물로 성장한 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글은 “술은 마시기 위한 것이지 투기나 뇌물의 수단이 아니다”면서 “마오타이가 재테크 수단이나 권력을 위한 도구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바로 마오타이에 충격을 입혔다. 다음 날인 16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마오타이의 주가는 8% 가까이 폭락한 1614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사이 시총 1700억 위안이 사라졌다. 이후 1500위안대로 떨어진 마오타이 주가는 다시 1600위안대를 회복하긴 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12년 반부패로 인한 몰락을 겪은 터라 우려 분위기가 더욱 짙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바이주 업계가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지적한다. 중국 주류업계 전문가 차이쉐페이(蔡學飛)는 “최근 바이주 주가가 폭등하면서 업계가 다소 공황 상태에 놓인 모습”이라며 “일부 A주(중국 본토증시) 상장사 주가는 실제 경영 상황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급등한 주가나 상품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의미다.

◆중소업체는 경영 위기 심각··· 수이징팡 올 상반기 매출 급감 

고속성장 속에 뚜렷해진 업계 양극화도 문제다.

최근 중국 바이주 유명 브랜드 중 하나인 수이징팡(水井坊)이 상반기 실적을 공개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2.41% 감소한 8억400만 위안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69.64% 감소한 1억300만 위안이었다.

코로나19 여파라지만, 올해 상반기 급등세를 이룬 마오타이와 우량예 실적과 비교하면 저조하다.

제일재경은 “바이주 업계의 고급 브랜드는 싹쓸이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일부 중소 브랜드는 폐업 위기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업계가 조정기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정기가 바이주 업계의 질을 높일 순 있지만, 중소업체에는 잔인한 일이라고도 부연했다.

실제 최근 5년 사이 바이주업계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 수는 2551곳에서 2021곳으로 줄었다. 바이주 전문가 샤오주칭(肖竹青)은 “앞으로 바이주 업계의 대기업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중소업체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바이주 업계가 2012년 이후와 같은 ‘몰락’의 길은 걷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청완쑹(程萬松) 베이징주류유통협회 비서장은 “2012년은 업계 전체가 뿌리째 흔들렸던 시기라면, 올해는 조정기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미 바이주가 대중화됐고, 업체들이 탄탄한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악몽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