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 식지 않는 논란…수족관과 동물원, 교감과 학대 사이에 서다

2020-07-31 00:00

실내 수족관에 있는 펭귄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 시대다.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으로 인정하는 이들이 늘면서 갈수록 높아지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는 반대로 업체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은 끊임없이 '동물학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벨루가 잇단 폐사···동물단체, 방류 촉구

최근 여수의 A 수족관에서 벨루가(흰고래) 한 마리가 폐사했다. 2012년 4월 이곳에 반입된 12살 수컷이다. ​평균 수명 30~35년에 달하는 야생 벨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고 떠난 것이다. A사는 사망 원인 규명 중이다. 이제 이곳에 남은 벨루가는 두 마리뿐. 

지난 2014년부터 3마리의 벨루가 전시를 시작한 잠실의 B 수족관에서도 2016년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했고, 지난해 10월 또 한 마리의 벨루가가 패혈증으로 떠났다. 이제 남은 벨루가는 한 마리뿐이지만, 이마저도 결국 탈이 났다. 아예 벨루가를 보트처럼 타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논란을 야기한 업체도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벨라가 동물의 자폐증세라고 할 수 있는 정형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5년간 국내 동물원에서 폐사한 멸종위기종 동물 수는 무려 3000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70%는 자연사가 아닌 질병사나 돌연사, 사고사로 밝혀졌다.

그동안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보낼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온 동물단체는 이번 A 수족관 내 벨루가 폐사 등의 문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벨루가 방류를 요구했다.

B 수족관은 벨루가 방류기술위원회를 발족하고, 오는 2021년까지 벨루가를 방류 적응장으로 이송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 벨루가 폐사 원인을 규명 중인 A 수족관은 여수에서 생활하는 벨루가가 여수엑스포 자산인 만큼 협의를 통해 적절한 방안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교감과 학대 사이···실내 동물원도 논란의 대상

동물학대 논란은 비단 수족관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최근 아이를 둔 부모에게 각광받는 실내 동물원도 논란의 대상이다. 실내 동물원은 일반적인 야외 동물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도심 안에서 손쉽게 동물들을 만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가족 단위 이용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널찍한 실내 쇼핑몰 안이나, 수족관과 결합한 실내외 동물원, 동물카페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실내 동물원과 수족관을 둘러싸고 업체와 동물보호단체 간 입장차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동물권 보호를 주장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들 실내 공간이 동물권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업체 측은 "동물을 위해 충분한 보호와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영등포 쇼핑몰 내에 문을 연 실내 체험 동물원 C업체는 오픈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동물단체는 '동물권 침해'를 주장하는 규탄 시위를 벌였다. 단체는 실내 동물원이 야외 동물원보다 동물들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클 수 있고, 실내 동물원은 사람과 동물의 거리가 야외보다 밀접한 만큼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C 동물원은 동물 복지 3대 원칙을 내세우며 동물권 존중에 입각해 운영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실내 동물원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소형 종이 많고, 대형 종의 경우 관람객에게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유휴공간을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공간보다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외에 일산의 D 동물원 관계자 역시 "동물들의 건강을 위해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전담 수의사가 해양생물 및 동물의 건강 상태 체크를 일 2~4회로 확대해 동물 및 해양생물 복지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씁쓸한 현실···인식 전환·법률 정비 필요성도 

날씨 제약을 받지 않고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직접 교감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유치원에서 체험학습현장으로 인기를 얻는 실내수족관과 동물원. 하지만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고려한 사육환경을 적절히 마련하지 않는 등 끊임없이 동물권 침해 논란을 야기하는 현실은 씁쓸함을 안긴다. 

이같은 실내수족관이나 동물원을 동·생물과 교감하는 '생태 체험'의 장으로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동물의 입장에선 살상(殺傷)의 현장일 수 있다. 물론, 동물권 보호를 위해 동물원을 없애고 전부 야생으로 돌려보내자는 얘기는 아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조성한 곳이지만, 우리의 이기심으로 인해 동물들에게 고통을 안기지는 말자는 얘기다. 

동물의 복지 수준을 올리고, 동물원의 보전·연구 역할을 강화한다면 논란은 사그라들 수 있다. 현재 등록제인 동물원법을 허가제로 변경할 필요성도 엿보인다. 

이미 영국과 유럽연합(EU), 미국·호주 등 다수의 국가가 동물원 설립·운영과 관련해 허가제(면허제)를 채택했다. 생물 종에 따라 제공해야 할 사육환경을 법이나 지침으로 규정하는 등 전시동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등 동물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자로 여기는 이들이 1000만을 넘는 시대에 발맞춰 인식의 전환, 그리고 법률적 정비가 필요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