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 일본 아베 총리는 왜 요새 뉴스에 안 나와요?
2020-07-28 00:05
일본 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습니다. 비상사태를 다시 선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내년 도쿄 올림픽이 무산될 가능성 역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 보도되는 횟수가 최근 한 달간 현저히 줄어들었는데요. 과연 아베 총리가 이처럼 언론에서 '실종'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Q. 아베 총리가 최근 한 달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데 사실인가요?
맞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7일 정기 국회 폐회 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공식 기자회견도 지난달 18일을 마지막으로 1개월 이상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담 등은 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설명하거나 대책을 내놓는 공식 브리핑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총리가 도망갔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 폭우 재해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처럼 노출을 꺼리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여행 장려를 위해 일본 정부가 국내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Go To) 트래블' 캠페인을 펼치다가 심각한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연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나와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국민의 불안을 달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Q. 일본 코로나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요?
일본의 현재 누적 확진자는 3만1368명입니다. 27일 기준으로 일본 도쿄도에서 발생한 확진자만도 131명에 달합니다. 도쿄도의 하루 확진자가 19일 연속으로 1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죠.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표하고 있습니다.
앞서 1차 유행 당시에도 긴급사태 선언이 늦어 확진자가 더 늘어났지만, 이번에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매년 8월 일본의 전통 명절인 오봉 기간에 부친의 묘소를 찾는 것을 미룰 것이며, 23일부터 시작된 나흘의 연휴 기간 예정됐던 별장 방문도 미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다른 일정을 미루기는 했지만,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아닙니다. 검사 확충, 의료 체제 지원, 휴업 요청이 필요한 업체들에 대한 지원 등이 발표되어야 하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상황에서 아베 정권은 앞서 말한 ‘고투(Go To) 트래블' 정책을 앞당겨 시행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확산인데 여행 장려를 한다고요?
맞습니다. 일본 정부는 관광 활성화를 위한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사업을 지난 22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최근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산업을 살린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27일에는 관광전략추진실행회의를 열고 '워케이션(workation)' 등을 새로운 국내관광 형태로 제시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리조트 등에서 여유를 즐기며 일을 하는 '워케이션'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워케이션(workation)'이란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입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 관련 산업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숙박시설에서 '와이파이'(무료 인터넷) 정비 등을 지원하는 등 방침을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데도 관광업에만 신경을 쓰는 정부에 대해 비판 여론이 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기존 정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6일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감염자 수 증가에 대해 긴장을 하고 있다면서도 긴급사태 선포는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Q. 아베 총리는 왜 이렇게 공식 기자회견을 꺼리는 거죠?
설명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투 트래블' 정책이 엄청난 비판을 받는 것은 물론 정책 시행에서 취소 수수료 보상 방침 등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대가 계속되고 있는데 정책은 왜 앞당겨 실행했는지 비판이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공식 기자회견 등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를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측근 중 하나이며, 법상을 지낸 가와이 가쓰유키 중의원 의원과 부인 가와이 안리 참의원 의원이 '돈 봉투 선거'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악재가 겹쳤습니다. 이달 초 도쿄지검 특수부는 가와이 부부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매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와이 가쓰유키 의원은 지난해 7월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부인의 당선을 위해 표를 모아 달라는 등의 명목으로 같은 해 3∼8월 지방 의원 등 100명이 넘는 이들에게 약 3억2000만원 정도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아내인 가와이 안리 의원도 공모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아베 총리는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와이 의원은 아베 총리의 외교 특보를 지내기도 했으며, 지난해 9월 법상에 임명된 인물입니다. 그 때문에 아베 총리는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게다가 장마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 이재민 구호 및 복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는 폐회 중에도 예산위원회 및 재해대책 특별위원회 등에서 직접 지원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재난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식 기자회견을 열 경우 이에 대한 질문이나 비판도 피해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