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면세점은 고사 직전…하이난은 中 정부 육성 보름 만에 ‘폭풍 성장’
2020-07-22 16:54
보름 만에 면세 매출 1832억원…해외 소비 내수 전환 성공
육성은 커녕 규제에 막힌 국내 면세점 "3자 국외반송으로 버텨"
육성은 커녕 규제에 막힌 국내 면세점 "3자 국외반송으로 버텨"
22일 하이난성 세관 당국의 집계 결과, 7월1일부터 15일까지 하이난 방문 관광객 면세품 매출은 10억7000위안(약 1832억원)에 달했다. 1인당 소비금액은 약 5300위안(약 90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품목별로는 화장품이 구매 수량(81%), 금액(51%) 기준 모두 50% 이상 차지하며 압도적인 수요를 보였다.
중국 관광객의 해외 소비를 내수 전환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최남단의 하이난성을 중국 최초의 자유무역항으로 만들어 무역, 금융, 관광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1위 명성 빼앗기나…4위까지 치고 올라온 CDFG
면세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면세점이 세계 면세 순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올 하반기 중국인 여행객의 해외 소비의 상당 부분을 자국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8년 중국인이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은 2770억달러(약 333조원)에 달해 미국인과 독일인의 해외 소비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무디데이빗리포트가 이달 발표한 세계 면세점 순위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인 차이나듀티프리그룹(CDFG)은 지난해 매출 60억6500만유로(8조3526억원)를 기록해 세계 4위를 꿰찼다. 2017년 8위였지만, 단 1년 만에 3위인 신라면세점과 격차를 좁혔다. 매출 기준 세계 면세점 순위는 1위 듀프리에 이어 2위 롯데, 3위 신라, 9위 신세계 등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된 5월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은 1조179억원이다. 그나마 4월 말 3자 국외 반송이 허용되고, 구매 수량 제한 폐지로 객단가가 높아지면서 지난 4월(9867억3909만원) 대비 3.2% 소폭 늘어난 수치다. 중국 도매법인으로 등록된 중국 보따리상(代工·다이궁)은 3자 국외 반송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지 않아도 원하는 면세품을 현지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잘 나갈 때 했던 규제를 왜 지금도?" 한목소리
국내 면세업계는 일단 3자 국외 반송으로 간신히 버텨본다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면세업계는 과거 잘나가던 시절 시행했던 규제 정책을 현 시점에 맞게 조정하는 등 더 늦기 전에 유연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아울러 까다로운 특허갱신 조건 역시 완화해야 할 규제로 꼽힌다. 특허 갱신을 받기 위해서는 그간의 이행내역과 향후계획 등 2개 항목(각각 1000점 만점)에서 각 6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심사 통과를 위해 각 면세점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되며, 현 시점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 주 전 세계 단일매장 매출 1위 롯데면세점 명동본점과 국내 최초 설립된 시내 면세점 동화면세점의 특허 갱신 심사가 이뤄진다.
외국인이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주문할 수 있는 '역직구'와 1인당 600달러인 면세 한도를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미리 당겨 쓰는 '한시적 면세 한도 가불제', 현행 600달러인 '면세한도 상향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1위 규모를 유지하려면 우리 면세점이 중국 면세점 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하이난의 소비력이 막강해지면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이 들어오는 건 시간 문제다. 현 시점에선 규제와 싸울 시간에 MD와 마케팅 역량에 힘을 쏟을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