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하건대 바이든이 들어오면 이 나라 경제는 파괴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 회의에서 한 말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미국 경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역대 최장기 미국 경제 호황과 증시 상승을 연관 지어 경제 부문을 자신의 최대 성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더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증시 랠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어서다. 급기야는 자신이 경제 파괴의 주범이 될 것으로 꼽는 바이든에도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퀴니피액대학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부문에서조차 지지율 45%를 얻는 데 그치면서 바이든(50%)보다 낮았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매주 미국인 수백만 명이 실직 상태에 빠지면서 체감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뉴욕증시는 천문학적인 부양책과 경제 재개에 대한 기대감 속에 코로나19 여파를 씻어냈지만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경제와 증시의 괴리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증시 상승을 자축하면서 성과로 과시했다간 민심을 읽지 못한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 목소리를 대변하는 잡 크리에이터스 네트워크의 알프레도 올티즈 대표는 "메인스트리트(실물시장 주체들)와 얘기를 나눠보면 월스트리트와 분위기가 딴판이다"라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시 투자 붐이 일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식에 투자한 미국 가정은 14%에 그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민간 부문 근로자들 중 주식에 투자하는 연금저축을 보유한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스닥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S&P500지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되찾았지만 미국인 대다수가 증시 상승의 과실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교육 수준이 낮은 저임금 근로자들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꼽힌다. 이들은 경기 침체 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경제가 회복할 때 가장 늦게 일자리를 얻게 되는 경향이 있다.

경기부양 지원금이 곧 바닥나기 때문에 빠른 시한 안에 추가 부양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추가 경기부양 협상에 돌입하지만 그 규모와 지원 방안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 인하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해 협상이 더 꼬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경제 회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잡지 못하는 한 경제 회복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결국 코로나19 확산을 멈추지 못한 책임은 트럼프 행정부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자부심은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아름답게 확장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고 있다. 아무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오피니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잘 운영했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시작된 경제 확장 시기에 대통령이 된 운을 누렸지만, 그가 취한 무역전쟁, 세금 인하 등은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주는 건 다른 주체들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돌리는 불행한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