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밸트 해제 초읽기…실효성 논란 여전
2020-07-19 17:00
그린벨트 해제 검토만 했는데…강남 세곡·내곡 벌써 '들썩'
세곡·내곡만 개발될 경우 물량 1만채 불과…공급효과 적어
당정청 그린벨트 해제 엇박자…서울시·환경단체 반발도 넘어야 할 산
세곡·내곡만 개발될 경우 물량 1만채 불과…공급효과 적어
당정청 그린벨트 해제 엇박자…서울시·환경단체 반발도 넘어야 할 산
정부가 빠르면 이달 말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들어가게 된다면 방침을 밝히는 정도가 될 전망이다. 공식적으로 특정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택지로 개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려면 지구지정 단계까지는 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 부동산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등지의 공인중개업소엔 최근 부동산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으며, 해당 지역 부동산 호가도 수억원씩 뛰고 있다.
19일 청와대는 주택 공급 방안으로 거론되는 그린벨트 해제 논란에 대해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린벨트 해제 조치가 갖게 되는 효과, 그에 따른 비용 측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인근에서 거래 가능한 그린벨트 땅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활발하다. 앞서 매물을 내놨던 땅주인들은 다시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크게 올리고 있다.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인근 1300여㎡의 나대지 호가는 기존 12억원에서 18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인근 3.3㎡당 250만원에 내놨던 물건도 지금은 매도자가 400만원을 부르고 있다. 다만 며칠 사이 호가가 수억원씩 뛰고, 정확한 그린벨트 해제지를 예상하기 어렵다 보니 거래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그린벨트 지역이지만 세곡동과 내곡동만 유독 집중을 받는 데는 아파트가 들어설 만한 곳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내 개발 제한 면적으로는 19개 자치구에 149.13㎢의 그린벨트가 분포돼 있다. 서울 전체 면적의 25%에 달한다. 그러나 노원구와 은평구 등 서울 북쪽 지역 상당 부분은 경사도 측면을 고려하면 택지개발 가용면적이 넓지 않아 주택 대상지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지역은 주로 북한산 등 산과 맞닿아 있다. 김포공항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강서구 그린벨트는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 인접지역이다.
결국, 대기 수요자를 만족시키고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세곡·내곡 인근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을 짓고 남은 땅으로 보존가치도 낮다.
문제는 서울시의 찬성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서울환경연합 등도 그린벨트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날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느냐'는 앵커의 질문에는 "법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로선 총리가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기에 직권 해제 카드는 여의치 않게 됐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의 자격'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세곡·내곡 지역만 개발될 경우, 아파트 공급물량은 1만 가구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공급 영향력은 정부의 생각보다 저조할 수 있다. 게다가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요 안정책이 될 수 없다.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서울 내에 꾸준한 공급이 이어진다는 신호가 중요한데, 그린벨트 해제는 녹지 훼손, 땅값 상승 등 부작용만 키우고 이를 통해 공급되는 양은 일회성에 그친다.
그린벨트 해제 후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 공급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의 주택 관련 인허가가 지체될 경우, 시간은 더 늦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