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에 대한 보고시간과 방식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9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에게 1심과 동일하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와 전 국민의 관심은 세월호 상황을 대통령이 시시각각 보고받고 제대로 파악했는지인데,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었고 보고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맗했다.

이어 “피고인(김기춘 전 실장)은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동은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1심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1심에서도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거나 증거가 부족했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상황을 실시간 보고받았는지 여부, 첫 유선 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 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머무르던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한 시점은 오전 10시 19∼20분쯤이었고, 김장수 전 실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첫 전화 보고를 한 시각은 오전 10시 22분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은 9시경에 보고가 이뤄진 것처럼 시간을 조작해 국회에 보냈다. 

한편 재판이 끝나고 4.16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법원의 판결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했다면서 "법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적인 감정이 없느냐"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이런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없다”며 “판결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