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北에 또 "불량국가"…성명엔 CVID 재등장
2020-07-09 15:04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과 이란을 동시에 '불량국가'라고 부르며 공격행위 억지를 강조했다. 북한이 그동안 '불량국가'라는 표현에 강력 반발해왔다는 점에서 대북압박성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7일(현지시간) 취임 1년을 즈음해 국가국방전략(NDS) 목표 달성을 위한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군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NDS 성과에 더해 우리는 또한 지난 1년간 무수한 국제 사건에 대응해 왔다"며 수십명의 핵심 테러리스트를 제거한 테러방지 작전 수행과 지원, ISIS(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 격퇴, 페르시아만과 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상업의 자유 보호 등을 업적으로 나열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부류인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공격적인 활동들을 억지해왔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언급은 NDS 성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 발언으로도 볼 수 있지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방한한 상황에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차원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불량국가'라는 표현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이날 미국, 일본, 호주 3국 국방장관의 화상 회담 결과를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북한에 대해 모든 범위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달성하기 위해 분명한 조치를 취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날 성명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비핵화'를 의미하는 'denuclearization'이 아니라 '폐기'를 의미하는 'dismantlement'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미국 행정부는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CVID라는 표현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한 뒤 한동안 CVID 대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다가 이 마저도 자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