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배드 파더스'는 무죄, '디지털 교도소'는 위법?

2020-07-09 09:46
신상털기, 조리돌림, 정의구현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디지털 교도소' 내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이트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 문제가 있을 시 처벌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9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부산지방경찰청에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한국인 강력범죄자, 성범죄자, 아동학대범 등의 사진은 물론 이름, 나이, 거주지, 직업, 휴대전화 번호 등 각종 신상정보를 담고 있는 웹사이트다. 

디지털 교도소장(운영자)은 최근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 자신의 행동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불법인 것을 알지만 사이트 운영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운영자는 “사촌 동생이 (n번방) 피해자라는 걸 알고서 눈이 뒤집혔다. 광역 해킹해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잡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그 또한 대한민국 사법부에 분노하는 피해자 중 하나였던 셈이다.

현재 디지털 교도소 웹사이트에는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와 최근 재판을 통해 그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재판부 판사들의 신상성보가 '박제'된 상태다. 경찰은 개인이 범죄자 신상을 개인이 공개·게시하는 것은 위법 행위이며, 내사 결과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정식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개설된 디지털 교도소는 운영자가 제보를 받아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로, 8일 기준 디지털 교도소에 ‘갇힌’ 이들은 약 100여명에 달한다. 게시된 범죄자들의 '죄목 유형'은 성범죄가 가장 많고, 살인과 아동학대가 그 뒤를 이었다.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 구매자부터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모씨는 물론이고 그의 미국 인도를 불허한 판사들의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돼 있다. 개중에는 휴대전화번호와 직장명이 노출된 이들도 있다.

하지만 경찰청의 입장과는 대조적으로 디지털 교도소는 대중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의 출현에는 현행 사법 시스템하에서는 강력 범죄자 대한 ‘정의로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대중의 불신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편 디지털 교도소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에도 있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 파더스'는 디지털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랭크되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배드파더스 운영자는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었지만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배드파더스의 운영자로 법정에 선 구본창(57)씨는 이러한 공개 행위가 단순히 ‘사적’ 구제에 그치지 않고 ‘공적’ 관심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씨는 이후 온라인 웹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를 통해 도움을 받은 피해자들과 양육비 미지급 피해 부모 단체를 결성했다. '여론 형성-입법 활동'의 순서를 밟으며 궁극적으로 양육비 이행 제도에 대한 사법 당국의 '느슨함'을 타파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좌)배드파더스 홈 화면 / (우)‘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8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과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교도소와 배드 파더스는 '법 감정'에 기반한 여론의 집합소라는 점에서 닮아있다. 한 가지 차이점을 들자면, 배드 파더스는 의도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에게서 양육비를 받아내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어느 정도 인정됐다는 점이다. 이는 강력 범죄자, 또는 법 감정에 어긋난 판결을 내린 법관 등에 대한 비난 유도에 집중되는 디지털 교도소와는 다소 방향성의 차이가 있다. 당초 명분으로 내세웠던 정의 실현보다는 또 다른 범죄를 낳을 위험성이 있다. 공권력을 대신해 범죄자들을 사적으로 벌하는, 이른바 '사적 복수'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