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금값 계속 오를까

2020-07-09 06:00

 

고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솔루션부 차장

금 현물가격이 국제가격 기준으로 온스당 1800달러에 도달했다. 금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금 가격은 최근까지 크게 세번의 상승기가 있었는데, 이번 세번째 상승기가 특별한 점은 이전의 상승기와는 다르게 다른 원자재 가격은 오르지 않고 오로지 금 가격만 올랐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전 두번의 상승기에서는 금 외에도 원유, 구리, 밀, 옥수수 같은 다른 원자재 가격도 동반상승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을 제외한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데 금 현물가격만 크게 상승하는, 오로지 금만의 나 홀로 상승기라는 특징이 있다.

금 가격을 전망하려면 그에 앞서 금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먼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재화의 가격은 수요과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는 건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금의 경우 공급보다는 수요 변화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특징이 있는 반면, 원유나 농산물의 경우 공급 측면에서 가격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원유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즉 공급 측 애로사항 때문에 원유가격이 올라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또 폭풍이나 홍수로 그해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을 거라고 예상되면, 그 해 농산물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반면, 금의 경우 한번 금광에서 채굴된 금은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에 활용되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장신구를 버리더라도 장신구에 함유된 금은 다시 녹여서 다른 신식 디자인의 장신구에 다시 활용되거나 골드바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 금은 세상에 한번 공급되면 계속 재활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금의 신규 공급이나 채굴현황이 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금 가격을 예측하려면 영향이 덜한 공급 요인보다는 수요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의 수요 측면에서 이걸 다시 실수요와 투자수요 두 개로 구분한다면, 최근 금의 수요 중 귀금속 수요나 제조업 수요 등 실수요는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앙은행의 금 보유나 민간투자 같은 투자수요들이 금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최근 들어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 투자수요 변수에 대해서 파악하면, 향후 금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금에 대한 투자수요는 단기간에 크고 일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전자산 수요, 중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서서히, 꾸준히 영향을 미치는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을 꼽을 수 있다. 금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투자수요 중 안전자산 수요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내년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 2년간 금 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코로나19 안정 시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들면서 단기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글로벌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꾸준히 증가하는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 때문에 그 조정폭이 길거나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투자 자산들은 아무리 그 전망이 좋다 하더라도 전 고점 부근에 가면 그 전 고점이 저항선 역할을 하면서 조정을 받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현재 금을 직접 보유 중이거나 펀드 등으로 간접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금 가격이 전 고점인 온스당 1900 달러 수준에 다다르면 매도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또 지금 시점에서 보면 너무 낮은 가격 같지만, 금의 채굴원가는 1250달러이다. 만약 국제 금 가격이 조정을 받아서 1250달러 부근까지 떨어지면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전략도 좋을 것이다. 금광 채굴업체 입장에서 금 가격이 1250달러 근처까지 떨어지면 금광 채굴을 멈출 확률이 높을 테니, 금 공급이 줄어들면서 반대로 향후 금 가격이 오를 유인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2년간의 금 가격 상승기에서 국내 금 가격이 국제 금 가격 상승률을 추월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작년 일본의 수출규제, 리디노미네이션 우려 같은 국내만의 고유 이슈 때문에 국내 부유층들이 특히 금 매입을 더 많이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차이는 언젠가는 좁혀질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규로 금을 매입하려는 투자자의 경우 최근 많이 오른 국내 금보다는 펀드나 ETF를 통한 국제 금을 매입하는 전략도 좋을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