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납품 비리] 소용없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악용되는 '군사기밀 보호법'
2020-07-07 11:37
국방부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은 공익신고자 아니다' 판단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명시된 신고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명시된 신고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
군 내부 비리를 밝힌 공익신고자들이 허술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으로 인해 오히려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대상자로 몰려 조사와 감찰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대북 확성기 납품 비리 의혹을 고발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안보지원사령부에 신고했다.
국방부가 안보지원사령부에 신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영수 전 소령을 '공익신고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있다. 해당 법이 누구든지 공익침해 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공익신고를 할 수 있지만 신고절차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6조(공익신고) 1항에서는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단체·기업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로, 2항에서는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감독·규제 또는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으로 신고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비리행위나 부조리를 폭로하면 법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이유다.
공익신고자가 아닌 김영수 전 소령은 군사기밀 보호법 제11조(탐지ㆍ수집)에 의해 군사기밀을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은 방법으로 탐지하거나 수집했으므로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김영수 전 소령에게 대북 확성기 납품 비리 사실을 제공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군사기밀 보호법 제12조(누설) 2항에 따르면 우연히 군사기밀을 알게 되거나 점유한 사람이 군사기밀임을 알면서도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3조(업무상 군사기밀 누설)에 따르면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 외의 사람이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미 국방부는 지난 2012년 '국군복지단 마트 납품 비리'와 '육군훈련소 간식용 빵 입찰 비리' 등을 폭로했던 민진식 전 대령에 대해 김영수 전 소령과 동일하게 신고한 바 있다.
당시 민진식 전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 3건 등의 조사를 받고 무혐의를 인정받았지만, 이후 육사 인사행정처장을 비롯한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2018년 전역했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부패행위에 대한 내부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익명신고시스템을 도입, 운영해 왔다. 지난해에는 '청렴 국방 민관협의회'를 출범시키며 부패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김영수 전 소령에 대한 신고로 인해 국방부가 여전히 내부 비리를 지적하는 공익제보자들에게 재갈을 물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임지석 법무법인 해율 대표변호사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실질적으로 공익신고자들을 보호해주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라며 "국방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향후 군 관련 공익 제보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