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의 재발견] 고령화 시대의 '안전핀'...은행신탁만 500조원

2020-07-07 08:06
은행 신탁 수탁고 1년새 11% 증가
초저금리에 고령화 맞물려 수요 몰려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은행 신탁 규모가 500조원을 돌파했다. 고령화 시대에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도 몰리며 신탁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신탁 수탁고는 지난 4월 말 기준 511조76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9%(50조2231억원) 늘었다. 은행권 신탁 수탁총액은 2016년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7년 376조9348억원, 2018년 435조1008억원, 지난해 말 480조3975억원 등으로 증가세다. 은행·증권·보험·부동산신탁사 등 전체 신탁고는 4월 말 1011조413억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탁은 고객이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맡기면 은행·증권사 등의 신탁회사가 일정 기간 운용·관리해 이익을 남겨주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신탁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금리가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지자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비이자이익을 늘리려는 은행들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라 신탁 수요가 커졌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중년층은 노후 대비를 위한 종합자산관리용으로, 노년층은 자녀에게 부를 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탁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파생결합펀드(DLF) 등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자 재산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특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자산 관리의 '안전핀'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시장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탁이 국민의 노후 대비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제도 개편에 나설 계획이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수탁 재산 범위를 금전이나 부동산은 물론, 담보권 등도 수탁재산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신탁화할 수 있는 재산 범위가 넓어져 예금, 대출, 부동산 등 재산 일체에 대한 효과적인 자산 관리가 가능해진다.

은행 신탁은 물론 전체 신탁시장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특정 부문별로 금융회사 인가를 내주는 '스몰라이선스'를 활용해 전문 신탁업을 신설할 계획이다. 유언신탁이나 지식재산권신탁 등 특화 신탁사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려는 의도다. 현재는 은행·증권·보험·부동산업만 신탁을 영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