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윤석열, 도전받는 리더십

2020-07-06 17:03
최측근 한동훈 비호하려다 법무장관 지휘권 행사 불러...사실상 ‘치명타’
윤석열 사단 ‘장관 지휘 부당’ 목청 높혔지만 대부분 침묵...리더십 본격 누수
일부 검사장 ‘직을 걸어야’ 압박도...천하무적이던 취임 초기와 대조적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국 추미애 장관의 지시를 거부했다. 6일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내고 특임검사를 임명해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할 것과 검언유착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한 추 장관의 지휘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검사장 회의 결과 대부분의 검사장들이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에서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고 윤 총장은 결과만 보고 받으라’고 지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거부한 것이다.

법조계에서 윤 총장의 반란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추 장관이 반발을 수용하지도 않을 것은 물론이고 검찰 내부에서부터 윤 총장의 입지가 흔들리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검은 애써 ‘검사장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밝혔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에 들어가는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연합뉴스)

 
흔들리는 윤석열

지난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부터 연이어 열린 고검장 회의와 수도권 검사장 회의, 전국 검사장 회의를 통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항할 명분을 얻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강남일 대전고검장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장관을 성토하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바람잡이로 나섰고 회의 초반에 윤 총장이 직접 나서 격정을 쏟아냈지만 시큰둥한 분위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오히려 “어린애처럼 싸울 때가 아니다”는 지적에 머쓱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날 윤 총장은 오후에 열린 두 차례 검사장회의에도 참석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윤 총장은 목청을 높여가며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성토했다. 20여분 뒤 윤 총장이 뜨자 이번엔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알려진 검사장들이 목청을 높였다.

그럼에도 윤 총장 측이 검사장회의 분위기를 장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관의 지휘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복수의 검사장들이 완곡하게 반대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장관 지휘를 거부하려면 직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비교적 윤 총장의 뜻대로 풀린 것은 맨 마지막에 열린 지방 검사장 회의였다. 이른바 ‘윤석열 라인’들이 다수 포진돼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대부분의 검사장들은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검사장들이 ‘윤 총장 수호’를 위해 만장일치로 결의를 모은 것처럼 보도했지만 사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앞서 지난주에는 ‘검언유착사건’을 다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과 관련해서는 대검 참모진(검사장)들이 집단반발하기도 했다. 모 검사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위원을 추천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훈과 조국, 그리고 윤석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총장의 힘은 막강했다. 한때지만 ‘윤석열 사단’이 법무부와 대검의 주요보직을 전부 휩쓸었을 때에도 누구 하나 불평을 하지 못했다. 국민적 지지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은 그에게 거칠 것이 없었다.

그랬던 윤 총장이 흔들리게 된 것은 최근 ‘검언유착’ 사건에서 보였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가 가장 영향을 미쳤다.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과 장모가 공범으로 거론되는 사기사건 등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저기서 ‘윤석열도 별수 없구나’하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한동훈 검사장을 싸고도는 윤 총장의 처신을 두고서는 공개적인 비판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현직 차장급 검사는 “총장 본인은 물론 검찰조직에 상처를 줘 가면서 한동훈 검사장을 감싸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과 정말 무관한 건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총장에게는 치명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윤 총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 달리 검찰이 내놓은 증거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 '조씨의 공범은 익성 이봉직 회장, 이창권 부사장’이며 ‘범죄수익의 상당부분이 익성과 익성 관계자들에게 귀속됐다’라고 명시된 것은 치명적이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공범으로 묶는 데 실패하면서 더 이상 조 전 장관을 겨냥할 수 없게 됐다.

검찰총장이 자신의 지휘권자인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을 증거도 없이 기소해 퇴진시킨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됐다.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전체 3위, 야권 후보군 1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검찰총장 윤석열’에게는 악재다. 윤 총장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의든 아니든 이미 정치권에 진입한 그가 계속 검찰총장으로 남아 있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의문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퇴진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국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