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그룹 승계 'MB사위' 시작 예정된 수순
2020-07-06 06:05
조양래 회장, 차근차근 승계 위한 물밑 작업... 잡음 나오자 지분 매각으로 일소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 조 사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 결혼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분석이다. 최근 차남에게 지분 매각은 이 같은 과정의 마지막 단추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최근 차남에게 자신의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에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사장의 그룹 승계설은 2001년 그가 이수현씨와 결혼하던 당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있었던 재계와 정치권 거물의 결합의 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유학생활 중 만나 1998년 결혼에 골인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선경그룹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사업권 반납 등 노 전 대통령과 혼맥으로 인한 기회와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이후 최 회장이 1998년 그룹의 수장에 오르며, 우여곡절 끝에 현재 재계 3위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2016년부터는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당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서 경영기획본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연이어 맡았다. 2018년부터 핵심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도 맡으며, 그룹의 수장이 되기 위한 마지막 미션을 수행했다.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로서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조 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가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09년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를 두고 아직까지 견해가 분분하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함께 근무했던 적도 있다. 2008년 7월 한국타이어에 이시형씨가 인턴 직원으로 입사하면서다. 다만 장기간 함께 하지는 못했다. 한국타이어가 당시 발표한 인턴 선발 공고에는 지원조건이 ‘2009년 2월 졸업예정자’로 돼 있어 대학 졸업 후 수년이 지난 이시형씨는 지원을 못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사돈기업으로 분류됐던 효성그룹의 성장도 눈에 띈다. 효성그룹은 2008년 25개였던 계열사를 2010년 39개까지 불과 3년 만에 빠르게 늘렸다. 당시 수장으로 있던 조 회장의 형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이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과 사돈이라는 혼맥이 어느 정도 기여를 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집안 사이에 일시적인 불협화음도 있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통령이 적폐로 낙인찍히면서다. 340억대 횡령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이 1심에 이어 올해 초 2심에서도 중형을 받았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2017년 말 조 사장과 그의 형인 조현식 당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의 그룹 내 균형이 깨졌다. 조 사장의 형이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차남 승계론’이 저물고 ‘장남 승계론’이 대두됐다. 조 회장이 이 전 대통령과 더 이상 엮이지 않기 위해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해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조 사장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조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23.59%)을 모두 인수해서 최대주주가 되면서 다양한 추측이 불식됐다. 조 사장의 지분은 당초 19.31%로 형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같았지만 여기에 조 회장 지분을 더하면 43%로 늘어났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 일가 지분은 딸인 조희원씨 지분 10.82% 등을 포함해 모두 73.92%다.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서 지난 4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승계에 대한 잡음이 더 나오지 않도록 조 회장이 단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