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6·17대책…전세 급등 도미노

2020-07-02 18:16
서울 아파트 전셋값 53주 연속 상승…강남4구 상승세 주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대책 이후 상승폭을 키우며 53주 연속 올랐다. 갭투자를 잡기 위한 대책이 전세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감정원 주간시세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달 29일 기준 0.10% 상승했다. 53주 연속 오름세다. 전주 0.08%과 비교해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초구(0.20%)를 비롯해 강남구(0.14%), 송파구(0.16%), 강동구(0.17%) 등 강남4구 지역은 정비사업 이주수요와 조합원 분양신청요건 강화 등 복합적인 이유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됐다. 감정원 관계자는 "강남구는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요건이 강화된 대치동 재건축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강북권에서도 마포구(0.17%), 강북구(0.14%), 용산구(0.11%), 도봉구(0.09%) 등이 상승을 주도하며 14개구가 이 기간 0.09% 상승했다. 역세권 대단지 위주로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형은 지난달 20일 7억원에 거래됐다. 불과 5일 전만 해도 5억원에 거래된 데에서 2억원이 뛰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전용 76㎡형 전셋값은 5월 28일 4억원이었지만, 지난달 16일 5억원까지 치솟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빗겨간 강남권 다른 지역 아파트 전셋값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49㎡는 지난달 17일 8억2000만원(3층)에 전세 계약돼 지난 2018년 5월 5억1000만원 대비 3억1000만원 올랐다.

정부의 6·17 대책이 전셋값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소유주의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다.

대책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송파 일부구역에서는 실거주할 게 아니라면 주택을 매매할 수 없다.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6개월 내 전입해야 하고 재건축 조합 분양 신청 자격도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주어진다.

이에 전세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줄어들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전세 매물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1로, 지난달 평균인 158.1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어 전세물건은 더욱 씨가 마를 전망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 아파트가 총 2만3217가구 분양된다. 이는 올해 입주 물량 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든다. 신규 공급마저 뚝 끊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해 당분간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규제에 더해 서울은 내년도 입주 물량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고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이 통과된다면 전셋집 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규제가 확대되면서 전체적으로 전세물건들이 시장에 안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전세가격이 떨어질 요인이 없다. 전세 시장은 불안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