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기아맨' 김영오 현대차증권 IPO 수장으로
2020-06-26 08:29
증권맨으로 변신한 지는 12년쯤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신흥증권을 사들여 현대차증권(당시 현대차IB증권)으로 새롭게 출범시킨 2008년부터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다. 주로 투자은행(IB) 업무를 맡아왔고, 올해부터 자본시장실을 이끌고 있다. 자본시장실은 IB1본부 소속이고, 주로 IPO(기업공개)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상장과 인수금융 업무를 한다.
김영오 상무는 회사에서 보유한 신기술금융업 인가를 바탕으로 펀드 조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무르익은 프로젝트만 4건이다. 과거에는 업력이 길지 않아 쉽지 않았던 일이다. 지금도 경쟁사와는 다른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점은 강점이다. 이를테면 현대차그룹에서 공들여온 수소경제 펀드 조성에서도 앞서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김영오 상무는 "벤처캐피털사를 포함한 수많은 창업투자 관련업체와 경쟁해야 한다"며 "경쟁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섹터에서 차별화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펀드조합뿐 아니라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와 대체투자, 인수금융 업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영오 상무는 "올해부터 연간 100억원대 규모로 프리IPO 투자를 활성화하려고 한다"며 "전략적투자자(SI)와 협업하면서 유망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12년 동안 고객과 쌓아온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지원 역량도 키우고 있다. 그는 "그동안 진행한 IPO가 많지는 않지만, 주관 건에 대한 평판은 언제나 좋았다"며 "한번 관계를 맺은 고객과는 끝까지 간다는 것이 신념"이라고 했다.
법인고객을 대하면서는 중장기 재무계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김영오 상무는 "곳간이 넉넉할 때는 자금조달 생각을 안하지만, 돈줄이 막힌 뒤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돈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상치 못한 위기에 생존하는 기업이 강한 기업이고, 어려운 시기에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맨이라면 누구나 숫자(실적)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주요업무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애초 계획대로 속도를 내기는 어려웠다. 김 상무는 "업계에서는 숫자는 인격이라고 말할 정도"라며 "IB 시장이 상반기 전반적으로 힘들었고, 하반기 이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으로 보폭이 더욱 커질 거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