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미중 디커플링 우려에 인도·대만 투자에 박차

2020-06-24 10:57
폭스콘, 중국 외 생산기지 다각화 노력 계속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폭스콘이 올해 인도와 대만에 투자를 대거 늘리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중국 책임론을 물어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종화)을 위협하고 나서는 등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다각화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류 영 폭스콘 회장은 23일 연차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큰 그림을 보자면 인도는 개발하기에 좋은 장소이며 우리는 이 방향으로 완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인도에서) 다음 단계 투자에 관한 세부 내용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또 류 회장은 "대만의 경우 투자 확대는 세 개의 성장 영역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전기차, 로봇 공학, 스마트 의료 기기 관련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아울러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는 방법도 무게를 두고 살펴보고 있지만 인도와 대만에서의 투자 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해 변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 446명인 대만은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눈앞에 두둔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여전히 하루에 1만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누적 확진자가 44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사망자도 1만4000명을 웃돈다.

애플, HP, 델, 아마존, 구글, 화웨이, 샤오미 등 굴지의 기업들에 납품하는 세계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 폭스콘이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한 중국을 벗어나 생산기지를 다각화하는 것은 2018년부터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풀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문제 삼으면서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확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갈등은 악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고위 인사들은 중국과의 디커플링까지 위협하고 있다. 디커플링이란 한 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의 경제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이 중국이 경제적 관계를 끊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3일 한 행사에서 "우리가 (중국과) 공정한 기초에서 경쟁할 수 없다면 앞으로 디커플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콘은 2018년부터 탈중국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대만, 인도, 베트남을 대안으로 투자해왔다. 생산 능력의 중국 비중은 75%로 줄였으며, 미국 고객사의 보안 우려 등을 고려해 중국에 일부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크 관련 설비를 대만으로 옮겼다. 

또 지난 2년 동안 인도와 베트남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2018~2019년 인도 투자액은 110억 대만달러(약 4484억원), 베트남 투자액은 60억 대만달러에 이른다고 류 회장은 밝혔다. 폭스콘은 동남아시아 내 최대 생산허브 베트남에서 올해 구글 스마트폰 신제품인 픽셀5를 생산할 예정이다. 인도 공장에서는 아이폰XR, 아이폰8과 같은 애플 과거 모델과 샤오미 TV와 스마트폰 등이 생산되고 있다.

한편 이날 류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지만 3분기에는 고속 반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분기 3개월 가운데 한 달은 생산량이 제로(0)였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윤을 내고 있다"면서 "올해 3분기에는 수요가 예상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은 앞서 올해 매출 증가율 목표치를 1~3%로 제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