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글로벌 OTT 5개 만들겠다” VS 업계 "비현실적" 한 목소리
2020-06-23 00:10
정부가 2022년까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함한 5개의 국내 미디어 플랫폼을 넷플릭스, 디즈니 등에 대적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육성한다고 밝혔지만, 미디어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계부처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22일 공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규모를 10조원대로 확대하고, 콘텐츠 수출액을 16조3000억원까지 늘린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공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최소 5개 이상 육성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방안도 공개했다. 미국, 동남아 시장 등에서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바탕 화면을 맨 마지막 단으로 넘기면 국내 OTT에서 추천하는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이 광고성 콘텐츠를 누르면, 앱 마켓에서 바로 국내 OTT 앱을 내려받아 모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와도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동남아 시장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11월부터 약 40회에 걸쳐 산학연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두고 국내 미디어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국내 OTT 업계 고위 관계자는 "HOOQ(후크), iflix(아이플릭스) 등 동남아 현지 OTT도 넷플릭스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며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각각의 시장에 맞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현지 OTT는 구독과 광고라는 수익 모델 사이에서 알맞은 접점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의 해외 콘텐츠는 국내 시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K-콘텐츠는 처음에는 신선할 수 있어도 장기적인 가입자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미디어 플랫폼이 K-콘텐츠와 현지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현지 콘텐츠 업체와 접점을 만드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디어 업계와 무관한 삼성전자 단말기에 광고가 추가되는 지원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나왔다. 얼마 전 삼성전자는 날씨 기본 앱에 광고를 추가했다가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광고를 없앤 바 있다. 경쟁사인 애플은 기본 앱에 광고를 추가하는 것을 막고, 깔끔한 사용자 환경을 단말기 경쟁력으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구체적인 미디어 업계 지원 방안에 기대감을 내는 목소리도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부처 합동 발표라서 합의된 것만 공개돼 선언적인 내용으로 구성됐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과기정통부의 세부 전략들이 많다"며 "(이번 발표는) 미디어 시장 진흥을 위한 의지가 있다는 정부의 시그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