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위례 상가, 임대료 반토막에도 1~2층은 '텅텅'

2020-06-23 06:00
위례 중심상권 '중앙타워' 월 임대료 반토막…임대 수익률 5%→2,3%
"2층 위 사무실 95% 이상 차"…교통호재 기대감에 건물주 '버티기'

위례신도시 창곡동 인근 상가 공실 [사진=박기람 기자]

위례신도시 창곡동 인근 상가들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 텅텅 비어있다. [사진=박기람 기자]

"5년 정도가 지나면서 위례지구 상권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지만, 1~2층은 여전히 텅텅 비어있어요. 카페나 빵집 등이 들어와야 하는데 신도시라 유동인구가 없다 보니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임차인이 나타나질 않아요. 상가가 정말 너무 많아요."(성남시 창곡동 A공인중개사) 

22일 찾은 위례신도시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복정역과 산성역 사이에 신설 예정인 위례역(가칭) 공사현장 맞은편에 위치한 '푸르지오시티복합단지', '성희프라자', '힘찬프라자', '엘포트몰' 등 상가 곳곳에는 분양·임대 딱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특히 1층 상가까지 대부분이 비어있어 텅 빈 내부가 훤히 보였다.  

현장에 따르면 위례 신도시 핵심상권에 자리 잡은 위례 중앙광장 '중앙타워'의 월 임대료가 입점 직후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초창기 전용면적 44㎡ 매물은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400만원 선이었으나, 현재는 보증금 5000만원에 250~300만원까지 떨어졌다. 350만원짜리 매물은 200만원에, 300만원짜리 매물은 2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앙타워의 가장 비싼 1층 매물의 3.3㎡ 단가는 4600만원꼴이다.

이 상가의 분양가는 10억~12억원대였다. 글로벌 부동산 회사 리맥스에 따르면 위례 지구 상가의 임대 수익률은 현재 2~3%까지 떨어졌다. 최초 분양가는 5% 수익률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인근 지역의 공실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창곡동의 B공인 대표는 "신도시 특성상 유동인구가 없어서 카페나 빵집 등이 들어와야 하는 1~2층 매물은 여전히 공실이 많다"면서 "임대료가 높은 편인 2층 매물도 지금 사무실로 돌리며 일단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례신도시는 위례신사선과 위례 트램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고, GTX-C노선과 연결하는 위례과천선 추가 연장 등의 교통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상권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자 건물주들이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인근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그래도 전에 비해서는 상권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중심부인 중앙광장 인근 상가는 이미 꽉 찬 상태고 아직은 비교적 소외 지역인 창곡동 상가도 3~4층 이상 사무실은 95% 이상이 자리가 찼다"고 전했다. 

사실상 상가의 꽃으로 불리는 상가의 1, 2층은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 임대료가 비싼 만큼 사무실로 세를 내면 건물주가 손해를 입지만, 공실이 장기화하자 건물주가 손해를 감수하며 1층보다는 저렴한 2층을 사무실 임대로 돌린 것이다. 상업·업무용지의 용도는 크게 상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와 현지 중개업소들은 일제히 신도시의 상업용지 비율이 너무 높은 점이 문제라면서 근본적인 상업용지 비율을 적절하게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위례지구의 상업용지 비율은 7.2%로 상당히 높다. 하남 미사 지구도 6%대로 높은 편이다. 공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적정한 비율은 5~6%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도시가 형성되려면 최소한 10년 정도가 필요한데 상업·업무용지 비율이 높으면 중심상권은 분산되고 임대료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공실 악순환은 반복된다"면서 "신도시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분양가를 적절하게 책정하고 상가 수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도시의 상가 공실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신도시 상가의 공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조차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은 "2기 신도시 공실률 관련해서는 현재 표본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