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쌍용차 지분 매각 안한다…신규 투자자는 ‘유상 증자’

2020-06-21 17:27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새로운 투자자 모색에 나섰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지분 매각 방식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신규 투자자를 통해 쌍용차에 유상증자로 투자를 받고, 마힌드라의 지분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향후 새로운 투자자가 쌍용차의 경영권을 원할 경우 마힌드라가 협상을 통해 추가적인 지분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자금을 회수해서 완전히 떠나겠다는 계획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질적인 경영권은 포기해도 쌍용차의 대주주 자격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자격을 내려놓을 경우 마힌드라 측의 손해도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로 신규 투자자를 모색할 경우 마힌드라 측은 쌍용차의 지분 51%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51% 지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마힌드라 측이 갚아야 할 차입금의 규모가 늘어난다. 마힌드라 측이 지분 유지를 조건으로 끌어온 JP모건과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외국계 금융권에서 받아온 차입금은 약 3900억원 규모다.

현재 2대 주주로 언급되는 곳은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기차업체 BYD, 베트남 빈패스트 등 3~4개 업체다. 특히 지리차는 쌍용차가 가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지리차는 쌍용차에 투자하는 방안을 위해 실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신주 매각 주관사는 삼성증권이 선정됐고,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위해 삼성증권의 제휴사인 유럽계 IB 로스차일드도 참여한다.

지리차는 2010년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스웨덴 볼보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다. 지리차는 볼보의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금력을 지원하는 전략으로 성장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볼보 인수 당시 계약 조건에 기술이전을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2대 주주 참여설을 두고 쌍용차 내부에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지리차가 전략적 투자자 수준을 넘어 대주주가 될 경우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 때의 '먹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연구개발, 시설투자, 고용보장 등을 계약조건에 내걸었지만,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철수했다. 특히 철수 과정에서 쌍용차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다만, 지리차는 쌍용차 입찰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리차는 쌍용차 관련 어떠한 경쟁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 없이는 회생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마힌드라 측도 적극적으로 신규투자자와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그룹이 지난 4월, 23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경영권 포기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쌍용차는 생존절벽에 내몰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마힌드라 측은 지난 12일 인도에서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쌍용차의 새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모색 중"이라며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은 파트너십을 모색하거나 접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해 지분 74.65%를 보유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그동안 7000억원을 쌍용차에 투자했지만, 현재 지분가치는 약 3300억원 수준이다. 쌍용차가 13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마힌드라그룹도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새로운 투자자 모색이 불가피해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무조건적인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돈만으로 기업을 살릴 수는 없다"며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업이 필요하다. 쌍용차 노사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지난 1분기 말 보유 현금(500억원)과 마힌드라의 일회성 지원(400억원), 자산매각 대금(2000억원) 등 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산은 등 채권단은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시간을 주기 위해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원 규모의 대출금은 연장해 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는 선정됐지만, 여러 기업체들과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의향을 받아볼 것"이라며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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