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구형받은 고유정, 전남편 유족에 "사죄한다"
2020-06-18 08:50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에 대해 검찰이 재차 사형을 구형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전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로 기소된 상태이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네살박이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17일 오후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왕정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부검결과를 토대로 누군가 고의로 피해아동을 살해한 것이 분명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다면 범인은 집 안에 있는 친부와 피고인 중에서 살해동기를 가지고 사망추정 시간 깨어있었으며 사망한 피해자를 보고도 보호활동을 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사람일 것"이라며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은 '피고인'"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이(의붓아들)를 죽이지 않았다. 집 안에 있던 2명 중 한명이 범인이라면 상대방(현남편)일 것이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죽으려고도 해봤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남은 '애새끼'가 있기 때문"이라며 "죽어서라도 제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 믿어달라"
최후 진술에서 고유정은 내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흐느꼈다. 아이들(친아들과 의붓아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여지없이 더 크게 소리 내 울면서 진술했다.
고유정은 의붓아들에 대한 살인 혐의는 재차 부인했다. 그는 "2층에서 자느라 다음 날 10시까지 의붓아들이 현 남편과 자던 방에 가 보지도 않았다"며 "의붓아들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아니라면 상대(현 남편)가 범인"이라면서 "증거조사 때부터 수사기관이 제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누가 제 말에 귀를 기울일까 싶어서 죽을까도 했다"며 억울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 남편에 대한 살인 혐의와 관련해선 "동기나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죽이겠단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면서 "사랑하고 아끼는 어린 친아들 앞에서 무슨 끔찍한 동기가 있었다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변론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에 방어하다 벌어진 우발적 범행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펜션을 따라 간다고 했을 때 딱 잘라 안 된다고 했어야 했다"면서 "(범행직전)아이 아빠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중국 여자와 통화한 이후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수박을 씻고 있던 나에게 접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현 남편이 있어서 의리와 정조를 지켜야 했고, 보수적인 제가 그 접촉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그날 처음으로 재혼사실을 알아서인지 (사망한 전 남편이)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시도를 했고 손에 잡힌 칼을 순간적으로 사용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했다.
또 "두배가 넘는 체중의 남성을 죽이려 했다면 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일에 카레와 갈비탕 등을 샀는데 죽일 생각이었다면 다음날과 다다음날 음식을 준비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도 했다.
즉, 전 남편을 살해한 것은 '우발적 살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사체를 손괴하고 은닉한 것은 '현 남편'의 탓으로 돌렸다. "현 남편은 질투심 많고 똑똑한 사람이라 제 약점을 잘 알고 우유부단하고 계획성 없는 걸 자주 질책했다"며 "거기(펜션)서 (성폭행)피해당했다고 하면 그런 상황을 초래한 절 혼낼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고유정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심에서도 고유정이 아들 앞에서 아빠를, 아빠 앞에서 아들을 참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 남편 살해와 사체손괴은닉은 인정하면서도 의붓아들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고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7월 15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