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비디오' 손정우 "한국서 처벌받을 수만 있다면 어떤 중형이라도"

2020-06-16 12:13

“대한민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받겠다.”

다크웹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24)가 16일 한국에서 처벌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오전 손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기일을 열었다.

지난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던 손씨는 이날 재판이 끝나갈 무렵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발언을 진행했다.

손씨는 “제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 용서받지 못하는 잘못이라는 것 알고 있다. 제 스스로도 부끄럽고 염치없다.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받겠다”고 흐느끼며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제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 그동안 컴퓨터 게임, 인터넷 등으로 방황하고 하루하루 손쉽게 허비했는데 정말 바르게 살고 싶다. 아버지와도 많은 시간을 못 보내고 정말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지난번과 동일한 주장을 이어갔다. 손씨가 한국에서 아동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됐을 때 범죄수익은닉 혐의로도 기소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손씨가 한국에서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면 이번에 송환 대상 범죄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개인정보가 인증이 되지 않아 아버지명의 통장에 수익을 옮기는 등 행위를 했다”면서 “범죄수익을 은닉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범행 경위와 사실관계는 인정한다”고 한국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손씨의 부친은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손씨를 검찰에 고소·고발한 상황이다.

이에 재판부가 “손씨측이 범죄수익은닉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변호인은 그것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검찰 측은 “이렇게 사후에 문제 삼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검찰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라며 “당시에는 아동음란물 유포를 조사하는 데 집중했고 자금흐름 등은 불법자금을 추징하기 위해 조사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변호인 측 의견에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손씨의 행위에 고의가 없었다면서 검찰이 범죄수익은닉죄로 기소 했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는 취지다.

이어 현재 손의 부친이 손씨를 고소한 상황에 대해서 아직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주위 사람에게 부탁해 고소하는 등 방식으로) 손씨가 송환을 피하게 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부를 선택하는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는 변동사항 등만 확인하고 바로 결정할 것”이라며 다음 기일은 오는 7월 6일 10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손씨의 아버지는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으로 살리고 싶은 생각 든다”며 “어떻게 보면 어린 나이인데 기회를 더 주신다면 속죄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16일 재판이 열린 서울고법에 마련된 중계법정에서 취재진 등이 모니터를 보며 손씨 재판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