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은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기념하면서도 최근 긴장이 고조된 남북 관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날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통일부·서울시·경기도·김대중 평화센터가 공동 개최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를 통해 ‘6·15 선언’ 20주년을 기념했다.

특히 영상 속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선언문 체결 당시 착용한 파란색 넥타이 이른바 ‘6·15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당 넥타이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공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2009년 8월 18일) 이후 옷장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김홍걸 의원이 10년 10개월 만에 옷장 문을 열어보니 ‘2000년 넥타이’들이 따로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며 “김 의원은 ‘6.15정신을 계승해달라는 뜻’이라면서 청와대로 김 전 대통령의 6.15넥타이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늘 역사적인 선언을 기념하는 기쁜 자리에서 그 선언의 위대한 성과를 되짚어보고 평화의 한반도를 향해 우리가 얼마나 전진했는지 말씀드려야 하는데, 최근의 상황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일부 탈북자 단체 등의 대북 전단과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소통창구를 닫으면서 국민들께서 혹여 남북 간 대결국면으로 되돌아갈까 걱정하고 있다”며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항상 얼음판을 걷듯이 조심스럽게 임했지만, 충분히 다하지 못했다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의 상황이 녹록지 않기에 숱한 좌절과 가혹한 이념 공세를 이겨내며 끝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대중 대통령님의 용기와 지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남북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아직은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마음껏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면서도 남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분명히 있다며 끊임없는 대화로 남북 간 신뢰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6·15남북공동선언은 겨레의 마음에 깃든 훈풍이었으며,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언이었다”며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가 막연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가혹한 이념 공세를 이기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대중 대통령의 용기와 지혜를 생각한다”며 “2017년 전쟁의 먹구름이 짙어가는 상황에서 남북 지도자가 마주 앉은 것도 6·15 정신을 이으려는 의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누가 대신 가져다주지 않는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며 “남과 북이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관계 인사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2000년 남북정상회담 주요 인사들도 현재의 남북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념식에는 남북경협인 및 이산가족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기념식 시작 전 주요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남북 상황이 아쉽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15 선언은 지난 20년간 남북 관계가 많은 난관 속에서도 꾸준히 진전할 수 있었던 기본 토대이자 원동력이었다”며 “정부는 6·15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소중하게 여기며,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 역시 “20년 전 오늘 한반도의 미래를 꿈과 희망으로 그려낸 6·15 남북공동선언의 주역들을 모시고 그날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자리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관계의 변함없는 이정표”라며 “그 취지를 서로 이해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동북아 평화번영의 시대는 더 가까워질 것이라 믿는다”며 북측의 협력을 요구했다.

박 시장은 “북측 지도자들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과제를 풀어나가길 제안 드린다”고 했다. 북한이 대남 도발을 멈추고 남측의 협력 제안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도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이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고 했다.

그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를 언급하며 “갈등과 혼란 없이 쉽게 평화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 모두가 손을 잡고 공영·평화·번영의 길로 함께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를 위해 경기도 역시 좌고우면하지 않고 필요한 모든 일을 가장 빠르게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라는 말을 잘 새기고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임 전 장관은 현재 남북관계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인내성과 일관성 그리고 신축성을 갖고, 기회를 만들어 전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6·15 선언’ 20주년 기념식은 선언의 의미와 성과를 되새기는 프로그램과 문화공연으로 1부와 2부로 진행됐다.

1부는 △오프닝(피아니스트 이희아 독주) △김대중 전 대통령 기억 영상 △2000년 1차 상봉 시 재북 오빠를 재회한 이산가족(이지연 전 KBS 아나운서) 편지 낭독 △팝페라 테너 임형주 공연 △기념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2부는 △6·15 의미와 평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대국민 온라인 이벤트 ‘평화챌린지’ 영상 상영 △가수 이은미·윤도현 밴드 공연 △윤상 음악감독이 편곡한 온·오프 오케스트라 합주 공연이 이어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를 북한과 함께 공동으로 개최, 남북 간 공간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계속된 남북 관계 교착 국면 속 북한의 ‘무응답’으로 공동행사는 무산됐다. 

또 최근 고조된 북측의 대남 비난 수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행사가 일부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