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입법 숙제] ②스토킹 처벌법, 여성 안심 국가의 첫걸음

2020-06-15 08:00
20년간 스토킹 처벌법 14차례 발의…상임위 통과 '전무'
남인순·정춘숙 21대 1호 법안으로 '스토킹 처벌법' 각각 발의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20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해묵은 입법 과제다. 지난달 10년간 스토킹을 당해온 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스토킹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스토킹 처벌법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스토킹은 살인의 전조 현상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스토킹 범죄 처벌 관련 법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5대 국회부터 지난달 임기가 종료된 20대 국회까지 해당 법안이 총 14차례나 발의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를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통과하지 못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젠더폭력근절대책TF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가해자에게는 10만원 미만의 범칙금만 부과된다. 이를 두고 검찰이 지난달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 인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지난 1일 남인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의정활동 1호 법안으로 스토킹 처벌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남 의원이 발의한 '스토킹처벌특례법안'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스토킹 범죄에 대해 신고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행위자에게 스토킹을 중단할 것을 통보하는 신고 시 조치를 하고 △검사의 청구와 판사의 결정에 의해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나 행위자를 구치소에 유치 등 잠정조치를 할 수 있으며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신변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며 △피해자의 청구와 판사의 결정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고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전담조사제를 도입하고 전담재판부를 지정하여 재판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스토킹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스토커를 무겁게 처벌하고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예방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다.

정 의원은 현행법상 스토킹을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벌금 10만원 이하의 처벌밖에 할 수 없어 사실상 막을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이 법안을 마련했다. 앞서 정 의원은 20대 국회 의정활동 당시 스토킹 처벌법을 대표 발의 한 바 있다.

21대 국회를 향해 스토킹 처벌법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일 젊은여성정치인연대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토킹 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스토킹 처벌법에 대해 "지난번 제20대 국회에서 법사위 논의를 보면 '스토킹에 대해서 여러 판단들이 있다'라는 전문의원의 의견으로 결국에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것을 명확하게 범죄라고 규정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여성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