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담화'에 실망한 美..."친밀감 기댄 외교 물거품"

2020-06-14 14:37
김여정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 다음 단계 지시"...군사도발 암시
트럼프, 실망감 넘어 "적 위협에 주저하지 않겠다, 싸우면 이길 것"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라면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미국은 최근 북한 행보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한편, 군사도발이나 비핵화 협상 궤도 이탈 가능성을 저지하기 위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더 했다.
 

지난 2017년 4월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전 북한 주석 탄생일 기념 열병식장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싸워서 오로지 이길 것"...美 실망감 넘어 '레드라인 안돼' 경고 

13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와 성명들에 실망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도발을 피하고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언제나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해왔다"며 "우리는 북한과 관여하는 노력에 있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북한에 대해 앞서 내놓은 입장에서 '도발을 피하길 촉구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전날 밤 김 부부장의 성명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가 대남·대미 압박 수위를 높인 것에 발맞춰 대응 수위를 한층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12일 성명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면서 "(대적사업 부서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어 "우리 군대 역시 인민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밝혀 남북 연락사무소 폐지를 넘어 군사도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같은 날 권정근 국장도 우리 정부를 향해 "지금 조미대화가 없고 비핵화가 날아난것은 중재자가 없어서가 아니다"라면서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것이 좋다"고 비난해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 궤도 이탈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2년 전과도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계속계속 무섭게 변할 것"이라면서 "우리를 상대하려면 많은 고심을 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앞서 9일과 11일 북한 당국에 이례적으로 '실망감'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한 것에 이어 '도발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면서 북한의 협상 궤도 이탈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군사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에서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다면 결코 행동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우리의 적들에게 알리겠다"이라며 "이제부터 우리가 싸운다면 우리는 오로지 싸워서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발언이 비록 특정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미국 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상 간 사적 친밀감 기댄 외교 노력 물거품...北 퇴행에 한미동맹 강화해야"

북한 당국은 하루 전인 12일에도 리선권 북한 외무상 명의의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를 통해 '미국에 맞서 힘을 키울 것'이라고 말해 이틀 연속 군사도발 긴장감을 높였다.

이에 로이터는 북한을 장기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이어지는 이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의 요지라고 해석했다.

매체는 이어 지난 2018년 6월 정상 간의 만남을 통해 양국의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19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측의 완전한 핵포기 요구와 북측의 신속한 제재 완화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로이터는 또한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의 말은 북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힘을 부여한다"는 다니엘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발언을 인용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 정권이 미국에 대한 압박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최고위 외교관을 지냈다.

같은 날 국제관계 전문지인 포린폴리시 역시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크리스틴 리 공동연구원의 기고문은 통해 "이번 북한 성명은 전혀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면서 "북한 정권은 생존하기 위해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도발은 자원과 생존, 안정성에 대한 욕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는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심각하게 제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북한 정권이 새로운 '대담한' 방법을 접근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성공해왔던 '외교 플레이'로 되돌아갔다"면서 "백악관은 대응을 위해 미국 동북아 정책의 기본 원칙인 동맹 관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 한미동맹의 강화와 공동 대응을 제언했다.

한편, 런던 킹스칼리지의 한국 전문가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도 12일 로이터에서 "리 외무상의 성명은 군사도발이나 협상 궤도 이탈만을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며 "적절한 외교적 절차에서부터 추가 핵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협상 테이블에 열어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8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인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워윈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