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구팀, 빛으로 단백질 분자 지도 보는 신기술 개발

2020-06-11 14:32
최연호 교수팀, 신개념 단백질 정량화 기술 개발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팀이 원심분리 기반의 나노입자 침전 기술과 분광학적인 해석 기법을 결합하여 생체 단백질의 분자 지문을 고감도로 빠르고 간편하게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단백질 정량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에 단백질 정량화를 위해 널리 사용되어온 기술에 비해 간편하며 전체 검출 과정을 약 4배 가량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연구책임자 최연호 교수(왼쪽), 제1저자 신현구 석박통합과정(오른쪽).[사진=고려대학교 제공]

11일 고려대에 따르면, 생체 단백질은 생화학적 활동의 부산물이자 매개체로, 단백질의 정량적인 양을 측정하는 것은 질병 바이오마커를 찾거나 이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데 반드시 수행되는 과정이다. 기존에 단백질의 정량적인 양을 측정하기 위해서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ELISA: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이 널리 이용되어왔으나 세척 과정 등 번거로운 과정이 수반되며 4시간 이상의 실험 시간이 소요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광 물질이나 표면 플라즈몬 공명(SPR: Surface plasmon resonance)을 이용한 기법 등이 개발됐지만, 분자에 부착된 염료나 분자 결합에 의해 생겨난 에너지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단백질의 양을 유추하기 때문에 잘못된 검출 결과가 도출되는 문제점이 남아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 연구팀은 표면증강라만분광학(SERS: Surface enhanced Raman spectroscopy) 기술로 단백질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분자 지문 신호를 고감도로 검출하여 단백질을 정량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분석물질에 라벨링(Labeling)된 염료를 보는 간접적인 방식이 아닌, 분석물인 단백질 자체의 직접적인 분자 지문을 이용하여 기존 기법들의 단점을 해결했다.

일반적으로 표면증강라만분광학 기술을 통해 단백질의 신호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나노물질로 이루어진 검출 기판이 필수적이다. 이에 연구팀은 원심분리를 통해 나노입자를 쉽게 가라앉힐 수 있는 점에 착안, 단백질이 코팅된 기판 위에 금 나노입자를 침전시켜 손쉽게 균일한 기판을 제작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 방법은 나노입자 기판을 10분 내로 빠르게 형성시킬 수 있으며 신호 균일도가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양한 단백질이 혼재해있는 생체 시료에서 특정 단백질을 포집하기 위해서는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 항체 자체에서 나타나는 신호는 주요 장애물 중의 하나였다. 이에 연구팀은 원심분리를 통해 가라앉는 나노입자가 항체가 아닌 항체에 결합한 표적 단백질에 더 가깝게 위치하는 특성을 이용, 항체에 의한 간섭을 최소화시켰다.

연구팀은 기존에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에서 사용되던 기법을 단백질 신호 해석에 도입해 피코몰(picomolar) 농도 수준의 단백질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단백질 검출 과정은 기존 기술에 비해 간편하고 4배 가량 검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부착된 단백질을 이미지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실험을 진행한 연구원들은 "본 검출 기법을 단백질뿐만 아니라 엑소좀, 바이러스 등 다양한 체내 바이오마커 검출에 응용하여 새로운 질병 진단 기법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전략과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Advanced science (Impact factor : 15.8)'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